어머니 학교

어머니학교 - 이정록 시집
이정록 지음 / 열림원 / 2012년 10월

생각만으로도 눈시울을 적시는 단어는 아마도 ‘어머니’ 일 것이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아무리 내주어도 아깝지 않고, 영원히 우리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사랑일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던 이정록 시집의 <어머니 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이정록 시인과 어머니가 함께 쓴 시집이다. 72살의 어머니의 말씀들은 학교를 다닌 적이 없는 어머니이시면서도 어찌도 이리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지 우리네 어머니를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어머니는 그냥 어머니인 것이다. 옛날 가난 때문에 학력이 낮은 것이 요즘 세상에 흠이라면 흠이지만 우리는 항상 어머니에게서 모든 것을 배우며 살고 있다. 김치를 담그는 것, 웃어른 공경하는 것,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것, 지혜롭게 생활을 해 나가는 것 등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배운다. 지금까지 배운것도 많지만 앞으로도 배울 것이 참 많이 있다. 삶의 지혜가 그런 것 같다. 이정록 시인의 어머니 또한 이 세상을 몸으로 배우고 살아가는 어머니 자체의 삶을 고스란히 느끼며 배울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인생을 통달한 분이시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모든 사물들의 입장을 다 이해하고 계셨다.

어머니에게서 쏟아지는 말씀들은 삶 자체였다.

‘원고료‘ 라는 글을 읽을 때는 어머니의 애타는 마음을 아들을 생각해 웃음으로 승화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져 오기도 했고, 나이가 들은 자식도 어머니에게는 어린아이라는 것을 느낀 것은 ’노루발‘이라는 시에서 느낄 수 있었다. 조금 흉측한 꿈 때문에 아들걱정으로 “뭣보다도 학교 앞 건널목 지날 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쓴다.” 라는 말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들의 말씀인 것이다. 팔십 노모가 환갑 아들에게 하시는 말씀도 이 말씀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시집을 넘기며 시를 읽는 동안 어머니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어머니의 입에서 쏟아지는 어머니의 구수한 사투리가 섞인 말씀들은 시가 되고 이렇게 책 한권의 시집이 완성되었다. 어머니의 말씀들을 이렇게 시로 주워 담고 보니 이제서 어머니의 마음과 삶을 조금은 이해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무척 뭉클해져 옴을 느낀다. 시인과 어머니의 대화 또한 구수하고 정감 있다. 그러면서도 72세의 이정록 시인의 어머니는 소녀같은 감정으로 항상 긍정적인 삶을 사셨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으며, 흑백사진 속에 담긴 어머니의 인자한 모습의 사진은 더욱 사랑하고픈 분이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머니의 말씀들을 주워 담고 어머니와의 대화를 이렇게 시로 적고 보니 어머니 말씀들은 그자체가 시어가 되었다. 어머니의 마음을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읽어간 시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