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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도종환 지음, 송영방 그림 / 문학의문학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기분을 참 편하게 해주는 수필집을 오랜만에 만났다. ‘접시꽃 당신’으로 처음 알게 된 도종환 시인의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그동안 ‘좋은생각’에 연재되었던 ‘도종환의 산방일기’를 엮은 책이라고 한다. 소박하면서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느끼며 진솔한 감정들을 이야기하는 것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내 마음이 맑아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첫 마음’ 이라는 첫 글을 읽으면서부터 ‘초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첫 마음은 순수합니다. 첫 마음은 소중합니다. 첫 마음은 뜨겁습니다. 첫 마음은 간절합니다....’등 누구에게나 초심의 마음이 있지만 그것을 항상 기억하며 살기는 어렵다. 조금만 잘나가면 자신이 잘나서 그런 줄 알고 초심을 잊고 교만해지기 쉬운 우리의 현실이기에 이 글은 나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듯한 글이기도 했다. 초심, 열심, 종심의 마음이 다 중요하지만 항상 초심의 마음을 깊이 생각하면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좋은 결실을 맺을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주고가도 괜찮은 것”. 늙어서 성한 곳은 안구밖에 없다고 죽으면 안구를 기증하겠다는 부모님 말씀에 도종환 시인 자신도 기증하며 아내까지 당연히 기증하겠다고 흔쾌히 이야기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누구나 한번은 죽어야하는 우리의 인생. 죽으면 다 놓고 땅에 묻히면 다 썩을 몸인 우리의 인생이거늘 그 죽음 앞에서까지 다 내어놓고 가시겠다는 모습이 왜 이리 인상적이었을까. 평소에 나 또한 죽으면 기증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아직 기증하겠다는 서명까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다 내 것이 아닙니다. 남에게 주고 가도 괜찮은 것은 주고 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글에 많은 공감이 되면서 서명까지도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남긴 우동” 이야기에서 식사를 조금 덜하더라도 여유를 선택한 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불평할 필요도 없으며 남을 원망할 필요도 없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된다는 말. 욕심부리지 말고 마음을 편안하게 여유있게 가지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에 실린 75편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모두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내가 꼭 들어야 하는 말들을 이제서 듣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는 순간순간이 나에게는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온 나에게 잠시나마 내 인생을 뒤돌아보면서 지금 습관처럼 되어버린 나의 일상을 반성하고 조금 더 한 발짝 성숙할 수 있게끔 도와준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여유로움과 행복속으로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행복과 여유를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