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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푼 - 차 한 잔 한숨 한 스푼, 술 한 잔 눈물 한 스푼
고충녕 지음 / 어문학사 / 2012년 6월
평점 :
‘평범한 자연 속에 숨어있는 참세상’이라는 말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자연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알지 못하고 지내는 조금은 아이러니한 우리의 모습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하고 감사할 줄 안다면 평범한 자연 속에 있는 참세상을 알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저자가 느끼는 자연속의 참세상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자연과 함께하는 에세이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끼는 것도 잠시, 책장을 넘긴 순간 어려운 단어가 내 눈앞에 있었다. 1부와 2부로 나눠진 내용은 편년체, 기전체로 구성되었다. 살포시 사전을 검색해보니 편년체는 연, 월, 순의 시간 순서대로 기록한 역사의 한 집필방법이며, 기전체는 통치제도ㆍ문물ㆍ경제ㆍ자연 현상 등을 내용별로 분류해 쓴 지(志)와 연표(年表) 등으로 기록하는 편찬 체재라고 한다. 그 뜻을 알고 나니 내용을 이해하기가 좀 더 쉬운 듯 했다. 그래서인지 편년체로 구성된 1부는 시간의 흐름으로 강원도 깊은 오지 산골짜기 계절의 변화를 생명의 흐름 위해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으며 더군다나 컬러사진이 아닌 흑백의 이미지는 옛날을 추억하며 더욱 정겨우면서도 구수하게 다가왔다.
한동안 비가 안와서 농부들의 마음을 어지간히 태웠을 쯤 하늘에서 비가 쏟아진다면 농부들은 시원한 마음도 들고 감사한 마음도 들겠지만, 작은 동물들은 갑자기 내리는 비가 인간들의 느낌보다도 훨씬 절실하며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아! 그동안 작은 동물들의 생각은 조금도 못했구나.’ 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여름날 태양 아래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해바라기를 보면 나는 순박함과 의젓함을 동시에 발견한다는 저자의 모습에서 나 또한 예전에 해바라기를 좋아하던 때를 추억하기도 했다. 저자는 해바라기를 태양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고 받드는 존재로서 해바라기의 덕성을 찬양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박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강원도 오지에서의 생활에 자연을 바라보면서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이렇듯 저자처럼 강원도 오지에서 느끼는 생명의 소중함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느낄 수 없을거란 생각마저 들었다. 다행이 이 책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에 간접적으로나마 오지에서의 자연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감사하다.
파노라마처럼 대자연의 진솔한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던 이 책은 밋밋한 글로 재미를 발견할 수는 없었지만, 저자가 자연에 느끼는 진솔함만은 가슴 풍만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 속에 숨어있는 참세상을 나도 조금씩 발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