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서적으로 건강한 제자 - 삶의 깊은 변화를 동반한 제자의 길 ㅣ Emotionally Healthy 시리즈 4
피터 스카지로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1년 4월
평점 :
<정서적으로 건강한 제자> (피터 스카지로 지음_두란노)
다리를 막 건너기 시작하는데 다리 반대편에서 오는 한 낯선 이가 보였다. 밧줄을 허리에 칭칭 감은 사람이었다. 밧줄은 풀어헤치면 족히 10미터는 될 것만 같았다. 낯선 사람은 밧줄을 풀면서 걸어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거의 만나기 직전 그가 말했다. “이보시오 미안하지만 이 밧줄 끝을 좀 잡아 주시겠소?” 그 말에 남자는 거의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밧줄을 잡았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다리 아래로 몸을 던졌다! 순간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다리 위의 남자는 하마터면 절벽 아래의 위험천만한 강으로 떨어질 뻔했다. “이 무슨 짓이오?”, “그냥 꽉 잡고 있으시오.” 남자는 황당하면서도 일단 낯선 사람을 끌어올리기 시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요.” “그냥 꽉 잡고 있기나 해요. 놓으면 나는 죽는 거요.”
남자는 도와줄 사람이 없나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생각할 수록 화가났다. 엉뚱한 상황에 휘말려 언제 벗어날지 모르게 된 것이다. “원하는 게 뭐요?”… “그냥 붙잡고만 있어요. 내 목숨은 당신의 손에 달렸소.” 낯선 사람은 공중에 걸린 채 대답했다. 정말이지 진퇴양란이었다. ‘밧줄을 놓자니 사람을 죽게 놔 두었다는 죄책감에 평생 시달릴 테고, 밧줄을 잡고 있자니는 꿈을 향해 갈 수 없으니 어느 쪽도 답이 아니구나.’
시간은 정처 없이 흘렀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남자는 공중에 매달린 남자에게 방법을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 당신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소.” 남자 혼자 힘으로는 낯선 사람을 끌어올릴 수 없지만 낯선 남자가 줄을 계속해서 허리에 감으면서 거리를 줄여 준다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공중에 매달린 사람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남자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자기 힘은 하나도 안 쓰겠단 말이오? 그렇다면 나도 더이상 밧줄을 붙잡을 수 없소!” “그러면 나는 죽소!”
순간 다리 위의 남자에게 묘안이 떠올랐다… “당신에게 계속 끌려 다니지 않겠소. 지금부터는 당신이 알아서 하시오.” “무슨 뜻이오?” 낯선 사람의 얼굴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이제 당신의 목숨은 당신 손에 달려 있다는 말이오. 스스로 선택하시오 나는 평형추 역할만 하겠소. 당신이 알아서 힘을 써서 줄을 끌며 올라오시오. 그러면 나도 상황을 봐서 조금은 당겨 주겠소.”
“농담이죠? 이기적으로 굴지 마세요. 내 목숨은 당신한테 달려 있어요. 뭐가 그리 급하시오? 목숨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단 말이오? 제발 날 죽게 내버려 두지 말아요.” 한참 침묵이 흐른 뒤에 다리 위의 남자는 천천히 말했다. “정 그렇다면 어절 수 없죠.” 남자는 밧줄을 놓고 다시 길을 떠났다.
이 각색된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는가? 저자는 다음과 같은 훈수를 둔다. “모든 크리스천 리더가 다리 위의 이 남자와 같은 딜레마에 빠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자신의 정서적 영적 건강을 희생하면서까지 남들에게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는다. 그런데 끌어올렸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또 다른 다리에서 다시 떨어지거나 스스로몸을 던진다.”
이 책의 전체 주제를 설명해 주는 씁쓸한 이야기이다. 교회가 겪고 있는 내홍은 이와 같은 정서적 불충족 속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충만한 제자는 자신으로부터 외부를 향해 흘러간다. 이 책은 ‘정서’라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곳이 바로 경건의 요체, 신앙의 총체, 사역의 전체임을 가리킨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흔히 말하는 ‘심리적’인 처방이 결코 아니다. ‘정서’(Emotion)는 인간이 지닌 5개(육체적, 영적, 지적, 사회적, 정서적)의 한 측면이다.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정서’는 경건의 일부로 여겨지지 않았다. 단순한 인간의 감정 혹은 느낌 정도로만 수용할 뿐 ‘정서’를 교회를 세우는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마치 영지주의자들이 육체적인 부분을 도려내듯이 교회 역시 솎아내고 말았다. 그러나 하나님의 형상인 사람의 5가지 측면을 파편화 시킬 수 있을까? 결코 따로 떼어내어 생각할수 없다. 각각의 사항들은 연결되어 있고,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이와 같은 기반 위에 ‘정서’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제자됨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동되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한다.
아래는 책의 큰 윤곽을 볼 수 있도록 주요한 사항들을 요약했다. 조금 더 세부적인 내용을 살핀다면 더 큰 유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
클래딩(Cladding)
* 클래딩은 진짜처럼 보이는 인조 돌
* 현대 교회 제자 훈련은 대부분 클래딩!?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제자훈련의 ‘빚나간 열심’ 곧 클래딩을 경험했고 토설한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제자 훈련은 육중한 돌과도 같은 진짜 제자훈련으로 방향을 급선회 하라는 강력한 촉구이다.”
정서가 건강한 제자의 영어 약어는 EHD이다. Emotionally Healthy Discipleship.
EHD는 제자의 내면 세계를 지탱하는 영적 육중함으로부터 비롯된다.
PART 1
삶의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는 제자훈련
1. 천하를 구원시켰는데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1) 우리는 정서적 미성숙을 용인했다.
“영적 차원을 정서적 차원 위에 두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감정들을 영적인 것보다 못할 뿐 아니라 성령에 반하는 것이라는 시각으로까지 발전했다.”
(2) 우리는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보다 하나님을 ‘위해 일하는 것’을 강조했다.
“다른 사람을 제자로 훈련시키거나 이끄는 것은 곧 자신을 내어 주는 행위이다. 더 정확하게는, 하나님 안에서 우리에게 있는 것을 내어주는 일이다.”
(3) 우리는 교회 역사의 보물들을 무시했다.
“역사를 무시한 채 사도행전 다음이 곧바로 종교개혁인 것처럼 행동하는 크리스천들을 흔히 볼 수 있다….정교회와 로마 가톨릭교회로부터도 하나님과 크리스천 삶에 관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
(4) 우리는 성공을 그릇되게 정의했다.
“성경에서 말하는 성공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람이 되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나님의 방식과 시간표대로 하는 것이다.”
2. 피상적인 제자가 된 나의 영적 상태를 진단하며
EHD 제자훈련의 변화적인 모델은 자신을 “삶의 표면 아래까지 살피고 다룸으로써 ‘예수님에 의해’ 깊이 변화된 다음, ‘예수님을 위해’ 자신의 삶을 세상에 선물로 내어 준다.”
이와 같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제자도를 점검하는 7가지 항목을 점검한다. 그것이 바로 파트 2에서 언급하는 사항들이다. 고로 파트 2의 특징을 구현하기 위하여 일곱 가지 사항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PART 2
정서적으로 건강한 제자훈련의 7가지 특징
3. 외적인 활동 전에 먼저 내적인 삶을 갖추게 하라
예수님과 ‘함께하는 시간’에서 예수님을 ‘위한 일’이 흘러나오는 ‘느림의 영성’(slowed-down sprirituality) 혹은 슬로우 제자훈련(slowed-down discipleship)
4. 십자가 없는 인기와 성공에 집착하지 말라
“기독교의 측면에서 예수님을 미국화 한다는 것은 삶이 더 나아지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기대로 그분을 따르는 일이다… 우리는 서구 문화에 깊이 물들어 있어서 예수님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얼마나 미국화 되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5. 한계라는 하나님의 선물을 받아들이라
“정서적으로 건강한 제자훈련의 핵심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한계라는 개념을 신학적인 측면과 실질적인 측면에서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건강한 한계는 직장, 양육, 부부관계, 친구 관계, 이성 관계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특히, 교회라는 예수님의 새가족을 이끄는 사람들에게는 건강한 한계가 필수적이다.”
6. 슬픔과 상실은 성숙의 필수 관문임을 기억하라
“고통 중에 성장하는 법을 배우면 우리 안에서 그리스도를 닮은 풍성한 연민의 열매가 맺혀 그 연민이 세상 속으로 흘러넘친다.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하신 예수님의 본을 따라서 사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책임 중 하나이다.”
7. 누구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성육신은 하나님이 인간의 육심을 입으신 사건이다. 하나님은 온전히 세상 속으로 들어오는 것보다 인간을 향한 사랑ㅇ을 보여주는 데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판단하셨다……지금도 하나님은 육체를 입고서 우리에게 오신다. 그분의 몸이요 그분이 거하시는 곳인 교회를 통헤서 그렇게 하신다. 우리는 주변 살마들에게 살아 있는 하나님이 되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성육신의 믿음으로 사는 삶의 의미 중 하나이다.”
8. 과거의 힘을 깨뜨리라
“과거가 어떻게 나를 형성했는지 돌아보지 않고서는 파괴적인 패턴을 끊을 수 없다.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되어야 후대에 좋은 유산을 전해 주고 우리의 삶을 세상에 선물로 내어 줄 수 있다… 예수님이 우리 마음속에 계실지 모르지만 우리의 뼛속에눈 여전히 할아버지가 계신다… 수세대가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따라서 모든 제자는 자기 가문과 문화의 망가짐과 죄를 깊이 돌아봐야 한다.”
9. 약함을 통해 하나님의 일을 이루라
(1) 약함의 신학을 개발하라
(2) 핸디캡이라는 선물을 받아들이라
(3) 약함을 바탕으로 한 교회로 변화하라
(4) 매일 약함을 실천하라
Reading tip.
1. 각 항목에서 자신을 체크하는 부분을 점검하라!
2. 교회 역사의 우물에서 끌어올린 믿음의 선배들(교부, 개혁가, 복음주의자 등) 을 주목하라!
3. 현장에서 일어나는 실질적인 사항을 자신에게 대입하라!
4. 성경 인용과 해석을 유의하라!(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이 대목이다. 마르다와 마리아를 우선순위의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전통적인 해석이지만 과연 이 본문이 가장 적절한 인용이 될까?)
5. 제자훈련의 과정에서 정서적으로 건강한 제자를 양육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이데아의 세계에 속할 수 있다. 이를 신학-목회적 철학으로 받지 않고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