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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을 걷는 기도 - 위기의 동반자가 되어 줄 존 던의 하나님 대면 기록
필립 얀시 지음, 홍종락 옮김 / 두란노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오 영원하시고 가장 은혜로우신 하나님
주님은 우리가 스스로 파괴하는 일을 허락하시지만
회복하고 치유할 수단도 주셨습니다.
부디 당신에 대한 작은 불순종의 숨까지 제압하셔서
당신의 아들의 능력과 승리 안에서
제가 제 무덤을 밝고 승리할 수 있게 하소서.
주님은 저를 이 낮은 곳, 질병의 골짜기에 두셨습니다.
너무나 낮은 이곳에서 저는 뼈가 가득한 들판에서
주님이 선지자에게 물으신 내용을 되풀이 합니다.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나이까?
주님이 좋게 여기시는 때에
주님이 거하시는 산으로 저를 데려가 주시길 구합니다.
그곳 산은
“손이 깨끗하며 마음이 청결”한 사람만이 오를 수 있고,
깨끗한 손과 청결한 마음을 가지는 단 하나의 길은
당신의 아들이신 그리스도 예수의 피로
깨끗이 씻는 것입니다. 아멘.
깊은 경건의 골짜기에서 길어 올린 존 던의 기도의 한 대목이다.
이 책 <한 밤을 걷는 기도>의 저자인 필립 얀시는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걷는 동반자로 ‘존 던’을 초청했다. 필립 얀시는 존 던에 대해 언급하길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이때에 우리 앞을 비출 뛰어난 스승이요, 믿을 만한 위기의 동반자”로 소개한다.
왜 ‘존 던’인가? 하나님의 사랑의 시인(Poet of God’s love)으로 불리는 그는 막연한 사랑을 읊조린 것이 아니다. 온 인류가 코로나로 신음할 때 사람들을 질문했다.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 “하나님의 일은 올바른 것인가?” 그러나 과연 그분을 질문의 대상이 아닌 아닌 대면의 대상으로 삼은 피조물은 얼마나 있을까?
필립 얀시는 존 던이 기록한 <비상시의 기도문>에서 이것을 발견했다. 바로 하나님을 대면한 고뇌가 그것이다. 즉 존 던의 기도는 경건 활동의 한 측면만이 아니라 비상적인 시기에 비상적인 기도로 하나님을 깊이 대면한 기도였다. 그러므로 필립 얀시는 그의 기도를 통해 독자를 하나님 앞으로 초청하고자 한다. 우리에게 주님을 대면할수 있도록 깊은 기도의 우물을 부어주는 것이다.
다음은 존 던이 질병 중에 신음하며 기록한 대목이다.
“우리의 가장 큰 비참함이 질병이라면, 질병의 가장 비참한 부분은 외로움이다. 나를 돌봐야 할 사람들이 전염을 우려하며 겁을 내고, 의사조차 방문을 주저한다. 결국 나는 고립된 채 이곳에 홀로 누워 있으니, 이는 지옥에서도 볼 수 없는 고문이다.... 나는 전염병에 감염되면서 철저히 홀로 남겨지는 독거형을 선고 받았다. 이곳이 무덤보다 못하다는 느낌 마저 든다….”
이후 이것을 묵상하는 글에서는 더욱 처절하게 외친다.
“저 혼자서는 이 고통을 견딜 수 없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의 지원이 사라졌으니 하나님 없이는 제 정신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나병에 걸린 사람들을 쫓아내 혼자 살게 했습니다. 제 영혼에 심각한 나병이 있습니까? 그래서 홀로 죽어야 합니까? 저를 위로할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당신도 없이 홀로 죽어야 합니까, 하나님?”
이제 하나님을 향한 외침은 이내 고요해진다.
“저는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제 불평이 신성모독에 가까워지니까요. 모세는 주님께 홀로 나오라는 명령을 받았고, 하나님은 홀로 있던 야곱에게 오셔서 밤새 그와 씨름하셨습니다. 이 사실을 생각하니 어쩌면 홀로 있고 버림받을 때 하나님이 가까이 오시기에 가장 좋은 상태가 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듯 그의 고백과 묵상, 기도는 푸념섞인 넋두리로 해갈되지 않는다. 고난과 위기의 상황을 체현하면서도 동시에 어둠을 관통하는 진리의 빛줄기가 그의 영혼을 정화시킨다. 그렇다고 어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암흑이며, 질병과 죽음의 위협은 도사리고 있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어둠 밖에 계시는 것이 아니라 어둠과 공존해 계신다. 위기 속에 놓여진 자신의 백성들과 함께 계시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코로나와 관련해 생각했지만 특별한 상황만이 아니라 인생이 직면하는 모든 위기 속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묵상집으로 소개하고 싶다. 기도는 언어의 요소가 분명히 있다. 이 언어적 표현속에는 영성과 경건, 내면과 외면, 지식과 의지를 실현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기도의 대가들의 기도문을 읽어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존 던의 기도를 현대적 상황에 맞춤시킨 필립 얀시의 글이 분명 적절한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