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들려주는 복음

몸이라는 선물 - 우리 몸에 새겨진 복음의 경이한 한 몸의 의미
폴 브랜드.필립 얀시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0년 12월

20여년 전 개인적인 어려움을 당하고 있을 때 힘을 불어 넣어 준 책 한 권이 있었다. <The Gift of Pain> 우리말 번역으로는 ‘고통이라는 선물’이었다. 이 책을 번역한 송준인 목사님께 직접 책에 대한 말씀을 전해 받았고, 저자인 폴 브랜드와 필립 얀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후에 또 다시 두 분의 글을 만나게 된 것은 나에게는 매우 기쁨이었다. <Fearfully and Wonderfully: The Marvel of Bearing God’s Image>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심히 그리고 기묘하게, 하나님의 형상을 품은 경이로움’으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두란노 출판사에서는 조금 더 내용을 품은 제목으로 <몸이라는 선물>이라고 지었다. 아마도 전작인 <고통이라는 선물>과 같은 맥락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익히 알고 있듯이 필립 얀시는 널리 알려진 기독교 작가이다. 반면 폴 브랜드는 외과의사이며 나병환자들을 위해 헌신한 인도의 선교사였다. 무엇보다 필립 얀식에게는 영적인 아버지와 같은 분이었다. 작가인 필립 얀시의 문장에 신앙의 옷을 입혀준 영적 스승인 폴 브랜드였던 것이다. 

이 책 <몸이라는 선물> 역시 브랜드 박사의 과학-신학적 통찰력과 필립 얀식의 문장이 콜라보(collaboration)를 이룬 빼어난 책이다. 이 책의 핵심은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우리의 ‘몸’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며, 이 모든 경이로움 위에 계신 하나님 자신을 맞딱뜨리게 한다. “주께서 내 내장을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만드셨나이다…” 우리 몸 안에 존재하는 40조 개의 세포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만드실 때 이를 설계하고 아셨다. 필립 얀시는 창조의 섭리로부터 복음의 의미를 밝힌다. 하나님의 형상을 왜곡하는 세속의 가치관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향에 나가는 인간 실존의 참다움을 일깨우는 것이다.

더 나아가 두 저자는 한 사람 속에 담긴 모든 요소 속에 교회됨의 비밀을 밝힌다. 몸은 한 가지 물질이 아니라 하나로 구성된 연합체이며 유기체이다. 각각의 세포들이 몸 전체를 위해 협력하고 한 몸을 이루듯이 이와 관련된 그리스도의 공동체가 교회됨을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몸은 교회의 신비를 밝힐 수 있다.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이 신비하고도 비밀스럽게 그러나 온전히 연합되었듯이 하나님의 손길로 지음받은 우리 몸 역시 그렇다. 신비와 비밀, 그리고 온전한 연합을 이룬다. 또한 우리 각 개인은 공동체가 되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이룬다. 이 부분에서도 신비와 비밀, 온전한 연합은 작동된다. 물론 이 몸은 그리스도의 재림 때에 완전한 이루어질 것이기에 불완전한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인 그리스도의 몸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며 협력해야 한다. 우리 몸의 세포들이 각각을 위해 충성하며 합력하듯이 말이다. 

<몸 이라는 선물> 나는 이 책을 단순히 건강 서적으로 분류했다. 내용을 깊이 읽기 전까지 말이다. 그러나 폴 브랜드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우리 몸의 요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의학 속에서 신학을 발견했다. 필립 얀시는 브랜드의 사고를 복음의 언어로 번역했다. 따라서 이 책이 주는 유익은 확장성이다. 기독교 신앙을 극단적인 신비로 이해하여 상식을 잃어가는 교회는 폴 브랜드의 가르침 속에 과학과 신학이 결코 분리되지 않음을 자각할 수 있다. 인간 안에 심겨진 종교의 씨앗은 자연 세계뿐만 아니라 생명이라는 신비를 통해 신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필립 얀시는 브랜드의 몸 신학을 변증적으로 접근시켜 기독교 신앙을 조화롭게 한다. 그는 ‘피’ 혹은 ‘수혈’이라는 몸에 담긴 요소를 복음의 언어로 발전시킨다. 

“수혈이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예수님은 난해한 은유를 택해 그분의 피를 마시라고 말씀하셨다. 그리스도의 살과 피가 내 몸의 일부가 되는 과정을 누군들 설명할 수 있겠는가…. 성찬식은 그리스도께서 죽어서 나를 멀리 떠나신 것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서 내 안에 임재하심을 일깨워준다. 그분의 몸 된 교회의 모든 세포는 공동의 출처에 연결되고 연합되어, 거기서 양분을 흠뻑 공급받는다. 피는 생명의 공급처다.”

이렇듯 ‘몸’이라는 경이로움은 우리를 복음으로 다가서게 한다. 요즘처럼 건강이 각광받는 세속의 세계관 속에 몸의 복음이 들려지면 좋겠다. <몸 이라는 선물>을 통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