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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루프 : 금융 3000년 무엇이 반복되는가
이희동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9월
평점 :

이희동 저자의 《더 루프: 금융 3000년 무엇이 반복되는가》는 '금융'이라는 키워드로 3000년의 인류 역사를 꿰뚫는 방대한 스케일의 책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까지 금융 현장의 최전선에서 28년간 활동한 저자의 깊이 있는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핀테크, 암호화폐, AI 트레이딩 등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현대 금융 시스템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 믿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로마 제국의 몰락, 17세기 튤립 버블, 그리고 오늘날의 디지털 자산까지, 시대와 기술이라는 '외피'만 바뀌었을 뿐 그 본질적인 '작동 논리(The Loop)'는 변하지 않았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현대 금융 시장의 복잡한 변동성도 사실은 수천 년간 반복되어 온 인간 본성의 발현임을 깨닫게 되었으며, 저자는 28년간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복잡한 금융 메커니즘을 역사적 이야기와 함께 풀어내어, 딱딱한 경제 서적이 아닌 흥미로운 역사 교양서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의 모든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몇 가지 지점들이 있습니다.
첫번째, 금융의 역사가 화폐(금, 은)가 아닌 '신뢰'를 기반으로 한 '부채(빚)'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현대 금융 시스템 역시 이 '신뢰'가 무너질 때(예: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시스템 전체가 붕괴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금융의 본질이 기술이 아닌 인간관계와 신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번째,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 영국의 '남해회사 버블' 등 역사적인 광기 사례들은 그저 과거의 해프닝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버블이 '인간의 탐욕', '과도한 신용(레버리지) 팽창', 그리고 '정부의 규제 공백(혹은 방임)'이라는 요소가 결합할 때 어김없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닷컴 버블이나 최근의 암호화폐 시장의 광풍을 설명하는 데도 들어맞았습니다.
세번째, 위기가 발생하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로 나서 구제금융을 통해 시스템을 안정시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낳고, "어차피 망해도 정부가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다음 위기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주는 유익한 점
첫번째, 당장의 주가 등락이나 금리 변동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의 금융 현상이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조망할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을 제공합니다. 이는 단기적인 시장의 소음(Noise)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두번째, 이 책은 "금융 시스템이 왜 이렇게 작동하는가"를 알려주는 근본적인 교양서입니다. 신용 팽창, 인플레이션, 디레버리징, 기축통화의 역할 등 뉴스에서 접하는 경제 용어들의 역사적 맥락과 실체를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세번째, "위기는 반드시 온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위기가 어떤 전조 증상(예: 과도한 신용 팽창, 자산 가격 급등)을 동반하는지 역사적 패턴을 학습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위기를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아닌 '관리 가능한 리스크'로 인식하게 해주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실용적인 유익함이라 생각됩니다.
감상평
《더 루프》는 3000년의 금융 역사를 '반복되는 패턴'이라는 하나의 고리로 꿰어낸 책입니다. 저자의 깊은 내공과 방대한 자료 조사가 빛을 발하며, 금융사를 넘어 인류의 욕망과 심리의 역사를 탐구하는 인문학 서적처럼 읽히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비관적인 예언서가 아니라, 냉철한 '현실 생존 지침서'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위기가 반복된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회복' 역시 언제나 반복되어 왔음을 설명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루프'의 존재를 인지하고, 위기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금융 통찰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기준점을 찾고 싶은 투자자, 경제가 돌아가는 근본 원리를 이해하고 싶은 학생 및 직장인, 그리고 인류 역사의 또 다른 단면을 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