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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삼국지 기행 : 위나라, 촉나라 편 - 기행장군 양양이의 다시 보는 삼국지 이야기
기행장군 양양이(박창훈)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9월
평점 :

기행장군 양양이 저 | 더퀘스트 | 2025년 09월 12일
더퀘스트 출판사에서 출간한 기행장군 양양이의 『방구석 삼국지 기행』은 책상에 앉아 텍스트로만 접하던 삼국지의 세계를 중국 대륙의 실제 역사 현장으로 생생하게 소환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중국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인기 유튜브 채널 '기행장군 양양이'를 통해 선보여온 깊이 있는 답사를 바탕으로, 독자들을 방구석에서 삼국지의 무대로 단숨에 이끕니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서나 여행기를 넘어, 뜨거운 열정과 집요한 탐구 정신이 빚어낸 새로운 형태의 삼국지 콘텐츠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먼저 느낀 점은 텍스트와 현실의 간극을 좁히며 역사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저자의 탁월한 능력입니다. 관도대전의 드넓은 평야, 적벽대전의 붉은 절벽, 유비가 제갈량을 맞이했던 융중의 한적한 마을 등 책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은 더 이상 상상 속의 공간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저자는 직접 그 땅을 밟고, 그곳의 바람을 맞으며 독자들에게 현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또한, 시원한 풍광 사진과 상세한 지리적 설명은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저자와 함께 답사 길에 오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교양과 재미를 동시에 잡는 유익함
삼국지 초심자와 마니아 모두에게 유익한 책입니다. 초심자에게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삼국지의 사건들을 지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게 함으로써 이야기의 흐름을 보다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예를 들어, 조조가 왜 허현(허창)을 새로운 수도로 삼았는지, 유비가 왜 서주를 얻으려 했는지 등의 전략적 판단을 당시의 지형과 유적지를 통해 설명하며 역사적 개연성에 대한 이해를 높여줍니다.
삼국지 마니아들에게는 기존의 지식에 깊이를 더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정사와 연의의 기록을 비교 분석하고, 현지에서만 들을 수 있는 설화나 일화를 소개하며 입체적인 역사 탐구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특히 저자가 유창한 중국어로 현지 주민들과 소통하며 얻어내는 생생한 정보들은 다른 어떤 삼국지 관련 서적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 책만의 백미입니다.
책의 여러 부분들이 인상 깊게 다가왔지만, 그중에서도 몇몇 장면은 특히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1. 관도대전의 현장
천하의 향방을 갈랐던 관도대전의 현장을 찾아, 조조가 어떻게 지형적 이점을 활용하여 원소의 대군을 격파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목은 압권이었습니다. 드넓은 평야의 사진과 함께 펼쳐지는 저자의 설명은 마치 한 편의 전쟁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받았습니다.
2. 유비의 고향, 누상촌
유비가 태어난 탁현 누상촌을 방문하여 그의 어린 시절의 흔적을 쫓는 여정은 인간 유비의 모습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습니다. 마을 어귀의 뽕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시골 마을에서 시작된 영웅의 서사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3. 적벽대전의 현장
적벽대전의 위치에 대한 여러 학설을 소개하며 각각의 지리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저자는 단순히 한 가지 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풍부한 자료를 제시하며 함께 추리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4. 숨겨진 유적 발굴
현지인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유적지를 끈질긴 노력 끝에 찾아내는 과정은 저자의 열정에 감탄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독자들은 책을 통해 귀한 역사적 현장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감상평
삼국지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최고의 안내서
삼국지라는 거대한 서사를 '공간'이라는 새로운 프리즘을 통해 재해석한 역작입니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발로 뛰는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삼국지의 영웅들과 함께 중국 대륙을 누비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책에 수록된 다채로운 지도와 사진, 그리고 QR코드를 통해 연결되는 유튜브 영상은 입체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합니다. 글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공간의 규모나 지형의 특징을 시각 자료를 통해 보충함으로써, 독자들은 각 사건의 배경을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삼국지를 여러 번 읽은 마니아들에게도 자신의 지식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삼국지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흥미로운 입문서가, 이미 삼국지에 깊이 빠져있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지적 갈증을 해소해 줄 단비와 같은 책이 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이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은 앞으로 삼국지를 읽을 때 이전과는 전혀 다른 깊이와 재미를 선사할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방구석에서 떠나는 가장 생생하고 입체적인 삼국지 여행을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합니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