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원고 - 논픽션 대가 존 맥피, 글쓰기의 과정에 대하여
존 맥피 지음, 유나영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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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맥피는 '네 번째 원고' 작업을 가장 즐긴다고 말한다. 그리고 네모 안에 들어갈 적합한 단어를 찾기 위해 온갖 유의어와 동의어, 사전의 뜻풀이까지 샅샅이 찾아 헤맨다. 끝없는 퇴고의 작업, 그 속에서 적확한 단어와 문장을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싸움, 그는 홀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완성된 문장 앞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볼 것이다. 그러나 그 기쁨도 찰나, 그는 다시 고통에 빠져든다. 이러한 고통과 살아 있다는 안도감을 반복하며 그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출 수가 없을 것이다.



논픽션의 대가라 불리는 존 맥피의 『네 번째 원고』는 1975년부터 프린스턴에서 가르쳐온 글쓰기 강의록이다. 이 강의는 그의 삶에 엄격한 구조를 부여했으며, 강의하는 학기 중에는 집필을 전혀 하지 않고, 집필 중에도 강의를 하지 않는다. 그는 이것을 '윤작'이라고 부르며, 강의와 집필을 교대로 해온 덕에 집필에 더 큰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중요한 테마는 보존이다. 즉 있음과 없음, 머무름과 떠남, 존재와 무(無) 사이의 끝없는 긴장이다. 맥피에게 모든 것이 이전 세계의 연대기다. 그에게 배움이란 세계가 사라져 버리기 전에 그것을 사랑하고 음미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알맞은 구조를 찾아내는 일이다.


그의 글쓰기 작업은 연쇄에서 시작된다. 'ABC/D'라고 적어 놓은 종이를 게시판에 핀으로 고정한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테마조차, '누구'에 관한 생각조차 없다. 애초에 모든 것이 추상적일 뿐이다. 먼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시작해서 자료를 모으고 거기서부터 구조를 잡는 것이 일방적인 방법이지만, 맥피는 『대사제와의 조우』라는 책을 쓰면서, 위의 구조도를 활용한다. 네 명의 인물을 한 편의 글을 담은 프로파일을 써보기로 한 것이다. 한 인물 (D)가 다른 세 인물 (A, B, C)와 각각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묘사함으로써, D를 드러낸다.


291) 글쓰기는 선별이다. 글을 시작만 하려 해도 언어에 존재하는 100만여 개의 단어 중에 한 단어, 딱 한 단어를 택해야 한다. 이제 앞으로 나아간다. 다음 단어로는 뭐가 올까? 다음 문장, 다음 단락, 다음 절, 다음 장은? 다음 사실 꾸러미는? 이렇게 무엇을 넣을지 선택하고 무엇을 안 넣을지 결정한다. 기본적으로 작가에게는 한 가지 기준만이 있을 뿐이다. 내 흥미를 끄는 건 넣고, 내 흥미를 끌지 않는 건 안 넣는다는 것. 비록 투박한 평가 방식이지만 이것이 여러분이 가진 전부다. 시장 조사는 잊어라. 무슨 글을 쓸지에 대해 절대 시장 조사를 하지 마라. 가는 길에 도사린 온갖 중단, 재출발, 망설임, 기타 장애물을 뚫고 나갈 수 있을 만큼 흥미를 가진 주제에 대해 써라.



맥피는 구조에 집착한다. "강하고 견실하고 교묘한 구조, 독자가 계속 책장을 넘기고 싶게끔 만드는 구조를 세워라. 논픽션의 설득력 있는 구조는 픽션의 스토리라인과 유사하게 독자를 끌어들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독자가 구조를 눈치채게 하면 안 된다. 구조는 글감에 억지로 끼워 맞추기보다 글감 속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한 편의 글이 어딘가에서 출발하여, 어딘가로 가서, 그 자리에 도달해 있어야 한다. 맥피는 다양한 예시와 도표와 그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한편, 도입부를 쓰기 전까지 구조의 틀을 잡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패턴이 보이지 않고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그럴 땐 모든 것을 중단하는 것도 좋다. 차라리 좋은 글머리를 찾아 머릿속을 뒤져라. 그리고 바로 써라. 도입부를 쓰라. 쓸모 있는 도입부부터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잘 쓴 도입부는 글의 구조적 문제를 조명하여 글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일단 도입부를 찾고 구조를 세웠다면 이제 자유롭게 쓸 일만 남았다. 사실, 좋은 도입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글쓰기에 관한 풍부한 경험에서 다양한 예시를 걷어 올려 펼쳐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작업했던 편집자들과 발행인, 그리고 인터뷰를 한 사람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대화하듯 풀어낸다. 그들이 지닌 노하우와 습관, 일하는 방식, 그리고 표정까지, 그들을 향한 애정을 피력한다. 사람들과 이야기하기보다 그들이 평소 하는 일을 관찰하는 편이 훨씬 좋다고 말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이다. 그는 사람을 좋아하고 상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사소한 몸짓이라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젊은 작가라면, 경험을 통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작가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그러려면 일찍부터 모든 장르의 글을 써봐야 한다. 많이 써라. 자신이 어떤 장르에 가장 잘 어울리며, 어디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알려면 기꺼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257) 내가 쓰는 단어 하나하나가 모조리 자신이 없고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곳에 갇혔다는 느낌이 든다면, 절대로 써내지 못할 것 같고 작가로서 재능이 없다는 확신이 든다면, 내 글이 실패작이 될 게 빤히 보이고 완전히 자신감을 잃었다면, 당신은 작가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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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도시, 서울 - 당신이 모르는 도시의 미궁에 대한 탐색
이혜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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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부끄러움이 된 사회에서, 행여 가난의 냄새가 새어나갈까 봐 온몸을 꽁꽁 감싸고 다녔던 지난날.  


저자 이혜미 기자의 저 한 구절이 선연하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그랬다. 냄새가 난다고, 가난의 냄새, 그건 지워지지 않는 흔적처럼, 당신과 나의 경계를 만들어 주는 보이지 않는 선, 그리하여 선을 지키라는 무언의 요구이다. 『착취 도시, 서울』 (글항아리)은 영화 <기생충>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책이다. 반지하에서 살아가는 기택의 백수 가족이 눈앞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 반지하에 살게 된 것일까. 영화는 알려주지 않지만, 이 책은 2018년 11월 종로의 국일 고시원의 화재 사건을 발단으로 낱낱이 살핀다. 아파트의 화려한 불빛에 가려 보이지 않는 등잔 밑의 어두운 쪽방촌 생태를. 현대판 쪽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옥고는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이다.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지옥고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저소득층 단신 생활자의 보금자리가 된 고시원은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현실판 지옥이 펼쳐져 있다. 열심히 살수록 가난해지는 세상, 하루하루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아득바득 버텨보지만 늪으로 빠져들 뿐이다.  



(45) 쪽방촌 주민은 사회에 구축된 공고한 피라미드 구조 가장 아래에서, 그나마 피라미드 밖으로 더 밀려나지 않기 위해 버티는 삶을 하루하루 연장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개인에게 가난할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가난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가난하게 늙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 창신동 쪽방촌, 저자는 혈혈단신으로 들어가 직접 주민들과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생태를 기록하여 고발한다. 직접 발로 뛰며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르포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픽션이 아니라는 사실은 더욱 충격이다. 게다가 힘없는 자들의 고혈을 짜내 배를 불리는 사람이 따로 있으니, 소위 빈곤 비즈니스로 부를 창출하는 건물주의 약탈적 임대 행위가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 건물마다 중간 관리인들이 세를 받기에 어느 누구 진짜 주인을 만난 적이 없다. 세상은 평등하지 않은 피라미드 구조라면 쪽방촌 사람들은 그 피라미드 맨바닥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도 없고 아프면 병원에도 갈 수 없고, 추워도 전기장판에 몸을 누일 수조차 없다. 물건은 벽에 걸어야 한 사람이 그나마 누울 수 있는 공간, 마치 관으로 짜인 쪽방촌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없는 주거 환경일 수밖에 없다. 


(65) 정말로 가난해서 남은 것이라곤 생명밖에 없는 이들은 쪽방촌에서 방치되거나, 착취당하거나 그 둘 중 하나의 선택지만 주어졌다. 기본적인 인권마저 누락된 공간에서, 빈자가 유일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스스로 죽을 권리'뿐이었다. 



저자 또한 20대의 주거 난민이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주거 3부작 (단칸방에 갇힌 아이들, 지옥고 아래 쪽방, 대학가 신쪽방촌)을 기획했고, 스스로 모종의 해방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동안 부끄러워 숨겼던 자신의 빈곤을 이야기할 때가 왔다는 계시였다. 더 많은 사람을 위하여 자신의 가난을 토로하고 싶은 욕망마저 느꼈다고 한다. 대학가 사정도 쪽방촌과 별 다를 바 없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가 턱 없이 부족하며, 실제로 기숙사 신축에 대하여 일부 건물주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지방 청년들이 방 한 칸 없이 고시원을 전전하는 가운데, 건물주들은 한 칸이라도 더 월세를 받기 위해 원룸을 불법 쪼개기하며 열악한 신쪽방촌을 양상하고 있다.  


(145) "과거에는 이렇게까지 잔인한 방식으로 착취하진 않았어요. 사회가 이렇다 보니 결국 청년들이 '못 살겠다'며 저출생 등으로 반응하고 있잖아요.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서울 지역 청년 주거빈곤율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상황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겁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남성에 비하여 쪽방촌을 전전하는 여성들은 더워도 문조차 열 수 없고 공용 화장실조차 이용할 수 없다. 밤낮으로 문 닫고 고립된 하루를 보내거나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장애인도 다를 바 없다. 정부 지원금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앞 다투어 빼앗기 바쁘다. 1년에 한 번은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다는 사람들, 최소한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의 조건, 거주는 큰 문제다. 햇빛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도시가 숨통을 조인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라는 미궁 속에 빠져버린 거대한 블랙홀, 쪽방촌은 도시 난민의 잔혹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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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 1 - 마음이 속상할 때는 몸으로 가라 참선 1
테오도르 준 박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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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첨단 교육을 받은 미국 하버드생 청년이 언어도 문화도 다른 낯선 한국이라는 절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거쳐온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고백한 에세이다. 현대인들의 일상에 꼭 필요한 참선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안내서다. 종교적 관습과는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지극히 현대적이며 실용적인 관점에서 참선의 가치와 활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참선의 효과를 맹신하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자 몸으로 확인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담겨 있어 한편으로 눈물겹고 한편으로 감동적이다.

테오도르 준 박은 한국인 부모 아래 자란 하버드생이다. 우연히 10년 묵언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송담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 왔다고 한다. 송담 스님은 그에게 “깨달음은 말이나 개념으로 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진심을 다해 참선 수행을 한다면 누구나 얻을 수 있다”는 말에, 그는 1990년 출가하여 그의 제자가 됐다. 그는 참선을 하면 심적 괴로움을 치유하고 인생에 수반되는 실존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거라는 희망만 갖고 스님이 되었다. 참선의 가치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수련과 동시에 과학적으로 그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 한국 전통 참선의 장단점과 실천 방법을 현대적으로 체계적인 강연을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는 또 한번 참선의 가르침을 깨우쳐 나간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이며, 진실된 삶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질문하며 그 답을 구하기 위해 지금도 수행중이다. 참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일상의 방법은 무엇인지, 그는 이 책을 통해 알려주고자 노력한다. 30년 가까이 참선 수행을 이어나가며 암울한 세상과 인간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은 청년이 이제는 21세기 도시 수행자가 되어 이 책을 쓴 것이다. 

순서대로 읽는 대신, 원하는 순으로 읽어 나갔다. "왜 나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이토록 힘든 것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여정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동시에 쾌락에 대한 논의도 빠트리지 않았다. "현대인들은 쾌락이 우리의 심신 밖에서, 즉 '외부에서' 발견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쾌락과 기쁨을 그것을 촉발시키는 외부 자극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고대 가르침에 따르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이런 것들은 모두 외부의 일시적인 촉매제일 뿐이고 모든 기쁨, 모든 쾌락의 진정한 원천은 절대 파괴될 수 없는 요소로서 우리 인간의 본성에 존재한다. 진정한 행복, 즉 아난다는 우리의 존재와 의식에 내재된 하나의 측면으로서 행복과 황홀경은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마음이 속상할 때는 감정이 먼저 우리 몸과 마음에 영향을 끼치고, 그 다음에 그 사실을 알아차린다. 감정이 이미 작동을 시작하면 그 감정을 따라잡아 멈추라고 설득하기에는 너무 늦다. 그러므로 선불교에서는 마음이 속상할 때는 몸으로 가라고 답한다. 이유없이 짜증나고 오지 않은 미래로 불안하며 화로 가득차 이;ㅆ다면, 참선은 나를 둘러싼 외부 환경보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통해 나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인생의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다면, <참선>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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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 1 - 마음이 속상할 때는 몸으로 가라 참선 1
테오도르 준 박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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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생의 참선이라니, 놀랍고 신비로워요. 읽고나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가볍고 정화된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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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승부사 - 품위 있게 할 말 다하는 사람들의 비밀
조윤제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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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배려, 맹자의 호연지기, 노자의 겸손, 장자의 여유, 한비자의 지략, 손자의 전략을 통해 품격과 내공의 말을 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을 갖출 수 있다. 막말과 거친 말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는 힘도 얻게 된다. 그리고 말과 대화의 진정한 의미,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고전 연구가 조윤제의 《우아한 승부사》는 약 20권의 고전에서 뽑은 경구를 통해 말과 마음 수련에 대한 통찰을 선보인다. '논어'와 '맹자', '도덕경', '장자', 그리고 '손자병법'과 '삼략' 등의 병법서에서도 말과 관련한 통찰력 있는 글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한결같이 '말이 곧 그 사람 자신이다'를 강조한다. 말을 하기에 앞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말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품위 있게 말하는 사람들의 비밀을 고전에 빗대어 알기 쉽게 풀이한 《우아한 승부사》는 대화의 아홉 가지 무기를 통해, 마음 다스림과 인생의 이치를 어떻게 말로 표현하면 좋을지 알려준다. 즉, 고전의 가르침을 통해 대화의 내공과 품격을 기른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품위 있게 자신을 드러내는 '우아한 승부사'로 거듭날 수 있다.



균형을 맞춘다_과유불급

"군자가 중용을 따르는 것은 때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고, 소인이 중용에 어긋나는 것은 행동에 거리낌이 없음이다" 《중용》 과유불급이란 지나친 것보다 모자란 것이 낫다는 뜻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공자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중용의 도다. 중용은 수치상의 중간이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적절한 것을 찾아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요즘 같은 과잉 시대에서 과도한 말 대신, 적절한 침묵이 후회를 줄일 수 있는 지혜이다. 따라서 가장 적절한 때에 적절한 말을 할 수 있다면, 귀를 기울여야 할 때 귀를 열고, 말해야 할 때 입을 열 수 있다면, 어떤 상대라도 훌륭한 대화 상대자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각자에게 적절한 말로 설득한다.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하며 모르면 직접 물어볼 수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  




세심하게 관찰한다_담대심소

"담력은 크고 마음은 작아야 하며, 지혜는 둥글고 행동은 모나야 한다" 《당서》 담대심소는 담 대화돼 세심함을 잃지 말라는 뜻이다. 담대함과 세심함, 결단력과 신중함, 인생의 중요한 순간은 양면적인 능력이 필요하며, 일상의 대화에도 통용된다. 즉,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밝히되 세심함도 챙겨야 한다. 당당한 모습에 감춰진 따뜻한 배려에서 진심은 전해지고 더 큰 감동을 일으킨다. 정작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작지만 세심한 배려이며, 무심한 듯 던지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다.




믿음을 준다_무신불립

"말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그것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논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함부로 하고, 말만 늘어놓고 행동은 따르지 않는 사람, 큰소리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한 번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은 함부로 약속을 남발하지 않는다. 공자는 성인이란 오래된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 했다. 상대를 설득하는 말의 기술은 믿음이 바탕이다. 믿음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일상에서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며 쌓인다. 믿음이 가는 사람이 하는 말의 힘은 무엇보다 강력하다. 그러니 일단 실천하고 말을 해라. 그리고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지 마라. 남용의 자세로 신중하게 말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마음에 닿는다_이심전심

"사람들과 좋아하는 바가 같으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고, 사람들과 미워하는 바가 같으면 한마음으로 따를 것이다" 《삼략》 대화의 시작과 완성은 마음을 여는 것이다. 일상 대화에서도 같은 관심사는 사람의 호감을 얻을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같이 느끼고 공감해야 한다. 상대의 말을 잘 들으려면 열린 마음으로 들어야 하며, '당신의 말에 관심이 있다'는 눈빛 하나, '그 말에 공감한다'는 한 번의 끄덕임이 마음을 열게 한다. 사람의 눈을 보며 대화를 하는 것 또한 눈동자에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감성과 소통의 대화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을 사랑한다_인자무적

"인자는 말을 참는다" 《논어》 요즘은 막말이 유행이다.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하는 뜻의 막말은 말을 참는 것의 반대이다. 지위가 높은 책임자도 함부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말의 최소한 품격이 있어야 비로소 공감의 대화가 가능하다. 품격 있는 말은 내면에서 나온다. 평소 말을 아끼고 아름답게 쓴다면 내면도 충실해진다. 막말로 품격을 허문다면 평생 쌓아 올린 인격도 함께 무너진다. 존중하는 마음은 사랑에서 비롯된다. 품격을 높이는 첫걸음이자, 품격의 완성은 나를 존중하는 마음,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생각을 묻는다_절문근사

"절실하게 묻고 가까운 것에서부터 미루어 생각한다" 《논어》 질문은 대화에서 중요하다. 상대의 생각을 들을 수 있고, 말할 기회를 주며,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하게 유도할 수 있다. 동시에 잠깐의 여유와 호흡 또한 얻을 수 있다. 질문을 잘 던지는 사람이 삶의 대화에서도 지혜롭게 승리할 수 있다. 그러니 상대의 마음을 두들기는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라. 대화의 연결고리는 질문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거절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상대에게 원하는 것은 당당하게 말하고 거절을 당해도 그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좁혀 나가며 관계를 지켜나갈 수 있다.




관계를 지킨다_지기지언

"유익한 벗이 셋 있고, 해로운 벗이 셋 있다" 《논어》 공자는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으로 사귀지 말라 했다. 공자의 본심은 공부와 수양에 도움되지 않는 친구는 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로운 벗은 주로 '말'에 문제가 있다. 말의 흠결이 있는 사람을 멀리해야 한다. 친구란 나를 알아주는 사람으로 나에게 생명을 준 부모와도 같은 존재이다. 나를 알아준다는 것은 나의 장점과 능력을 포함하여 단점도 알아주고 포용해주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우정도 가장 사소한 말 한마디로 쉽게 깨질 수 있다. 작은 오해의 말이 마음을 떠나보낸다. 친구에게 아름다운 말로 나의 진심을 전할 줄도 알아야 한다. 감정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이 분노이다. 분노는 절제하기 어렵고 그로 인해 말실수가 생긴다.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잠깐 멈춤의 빨간 불을 켜야 한다.




입을 닫고 귀를 연다_지자불언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도덕경》 노자의 무위 철학은 자연과 닮았다. 자연이 조화롭게 유지되듯이,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진정으로 도를 아는 자는 도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말도 간결하게 하며, 마음에 있는 것을 진실되게 전달한다. 겸손한 말과 행동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낮출 줄 안다. 그러므로 누군가 자신을 지나치게 높여주고 칭찬한다면 경계해야 한다. 말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자신의 입을 다스리는 절제와 성찰의 자세는 습관으로 만들어진다. 평상시 하는 말도 곧 습관이며, 그 말이 품격 있는 사람을 만든다. 가끔은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진실된 마음을 표현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함께 승리한다_지피지기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손자병법》 자신을 아는 것은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이며 상대를 아는 것은 이해하고 인정하는 일이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모두가 승자이다. 대화는 조화와 소통의 예술이며, 함께 어우러질 때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무조건 이기려는 대화는 상대도 나도 다칠 수 있다. 유머와 농담으로 분위기를 살리면서 다양한 기법으로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과도하게 예의를 차리거나, 달콤한 말은 경계해야 한다. 좋은 약이 입에 쓰듯이 좋은 말은 내 귀에 거슬릴 수 있다. 명심보감은 "나에게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도둑이요 나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스승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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