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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수인 세트 - 전2권 ㅣ 수인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황석영의 자전적 이야기 수인1, 2는 제목에서 풍기는 어둡고 슬픈 이미지 때문에 책을 구입하고도 한참을 읽기를 미루었다. 그러다가 이것저것 다른 책들을 보아도 눈에 잘 안들어오던 참에 접하게 되었다. 우려했던것과는 달리 작가의 입담과 재밌는 이야기에 빠져서 한참을 읽다보니 2권을 먼저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2권을 보고서 1권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다 읽고나니 1,2권모두 현재와 과거를 오고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어느권을 먼저 보더라도 작품을 이해하는데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1943년 만주 장춘에서 태어나 45년 해방과 함께 모친의 고향인 평양외가에서 살다가 47년 월남하여 서울 영등포에 정착했으나 50년 한국전쟁의 발발로 피난지를 전전하며 그시대 피난민들의 삶이 그러하듯 힘들게 살았다. 50~60년대에 작가가 중학교시절에 4.19를 맞이하고 70~80년대 청년기에 유신,광주항쟁, 베트남파병 참여등 우리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관통해 왔다. 그는 이러한 모든 삶의 경험과 고뇌를 하나하나 소설작품속에 그려내었다. 북한을 보고 알려야겠다는 작가의 의지로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을 다녀오고 독일, 일본, 미국등 타국에서의 망명생활과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감옥에 갇혀지낸 7년의 긴 수인생활까지 그의 삶은 참으로 파란만장하고 역동적이며 아프고 존경스럽다.
작가는 담담하고도 객관적이며 진실하게 현시대와 과거를 두루 오가며 전쟁과, 분단, 독재, 민주화, 통일, 평화, 문화, 문학등 정말 거대한 분야의 담론을 생생한 경험의 기억을 되살려 다룬다. 어떻게 이렇게 기억을 세세히 끄집어 낼수 있는지 감탄했다. 이 무거울수도 있는 이야기에 여러 민주화 단체 활동가들, 정치인, 문인등 근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의 숨은 이야기들이 녹아들어가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다양한 친구, 감옥에선 만난 민초들, 북한사람들,해외동포까지 그의 경험과 기록은 한마디로 우리가 기억해야할 역사로 다가왔다. 역사적으로 주어진 책무에 비켜가지 않고 담담히 자신의 역할을 해온 현시대 우리 역사의 거장 황석영작가를 들여다보며 감동받고 감사하고 그의 경험속에서 탄생한 수많은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그의 작품은 믿고 볼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