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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퀀스 No.1
해사하다 2기 (강신원, 성흔, 규석, 노아, 단연, 결이에게, 신주민, 월아, 율, 이한 / 부크크(bookk)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접하기에 앞서, 우선 '해사하다' 는 공저 시집 출간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팀이다. 함께 해, 글 사 자를 쓰는 '해사' 는 '함께하는' 글을 의미하며, 형용사 '해사하다' 는 맑고 깨끗함을 나타내는 말로, 아름다운 글을 의미한다.
이 책은 얼굴도, 나이도, 이름도, 성별도 모르는 열 명의 작가님들의 인생이 모아진 것이다. 어디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10인, 개인의 수많은 장면들의 나열은 시퀀스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 출간되었다.
그러므로, 이 책을 감상하는 독자들은 영화처럼 펼쳐지는 10인의 삶에 빠져들면 될 것이다.
📖 내가 잇지 못한 모든 마음은 당신이었다. 차마 꺼낼 수 없었던 이 말들은 손 소매 끝에 숨긴 채.
한 뼘이었지만 끝내 삼켰다. 별과 달의 사이라고 하면 당신이 가늠 할 수 있을까. 내 옆에서는 어떠한 꿈도 꿀 수 없는 당신을 잡을 수 없었다. 당신의 약점이 되고 싶지도, 당신을 방패 삼아 편히 살고 싶지 않았다. 당신의 말은 달았지만 내 심장 소리는 쓰다. 안쓰럽게 우는 당신의 모습에 내심 사랑한다고 나지막이 소근거렸다. 아마 마지막이 될 이 마음을 당신에게 들리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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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 '전하지 못한 고백' _ 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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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 첫 글이었음에도, 오래 머물었던 글. 아련한 진심이 담긴 것만 같았다. 나는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 마음을 많이 빼앗기는 편인데, 특히 제일 마지막 부분인 '아마 마지막이 될 이 마음을 당신에게 들리지 않게' 라는 부분이 너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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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에 빠진 시보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시들을 더 좋아한다. 사랑에 빠진 경우, 언제든 그 상대에게 표현할 기회가 존재하지만, 사랑을 이루지 못한 경우에는 그 기회마저 상실되기 때문이다. 상실된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쓴 글들은 마음을 울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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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한다.
너를 향한 내 삶의 마지막 대사
너를 향한 나의 마지막 숨
조금은 슬프면서도 새삼 낭만스러운 이 고백을
너에게만 들리도록 조용히 속삭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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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 '안녕, 내 봄이었던 사람아' _ 성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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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흔' 작가님은 이 책을 접하면서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되었다. 나는 시를 읽을 때, 누가 쓴 글인지 편견을 갖지 않고 읽기 위해, 시의 내용을 먼저 접하고 시마다 고유의 감정과 느낌을 간직한 후, 작가를 확인한다.
그럼에도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모든 시들은 '성흔' 작가님의 글들이었다. '성흔' 작가님의 글들은 모두 오래 머물게끔 하였고, 또 후에도 오래 여운을 주었다. 책을 덮은 후에도 또 읽고 싶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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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봤던 이들은 정녕 다 죽은 것이라.
이 광야에 묻힌 백골은 시간의 소용돌이 속에 흩어졌고
이름 모를-그대는 누구이며 그대는 또 누구입니까-수많은 뼛조각이 스러져가는 고목의 거름이 되어
우리는 얼마나 더 잃어야 합니까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건조하게 날리는 흙빛 하늘과 사무치는 시간과 황폐의 시신.
내가 봤던 그대들이여, 정녕 다 죽은 것이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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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0 '사인' _ 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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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누군지 모른 채, 모아진 10인의 글들은 기대보다도 더 진심이었으며,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았다. 다수의 작가들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들의 글들이 모아진 책을 경험하는 일은 흔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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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작가님들의 다양한 감정을 접하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 :)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