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속의 소녀들 - 신경학자가 쓴 불가사의한 질병들에 관한 이야기
수잰 오설리번 지음, 서진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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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질병이라고 하면 육체적 고통만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의 질병은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요소의 조합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불가사의한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사회적인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가 마음의 병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며, 이에 대해 질병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수잰 오설리번의 환자들은 대부분 심인성 장애였는데, 심인성 장애는 사회적 환경을 비롯한 심리적•정신적 원인이 병에 영향을 주는 질병이다.

수잰 오설리번은 의사와 환자가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우아한 해결이라 말한다. 추가로 회복의 가장 좋은 기회는 스스로 공동체에 둘러싸여 모든 환자와 의사가 그런 공통점을 발견할 때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단체로 같은 질환이 일어나기도 하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비판 않고 들어줄 공동체, 지원해주는 공동체, 결함과 실패를 받아들이며 자신의 시득권은 제쳐두는 겸손한 공동체, 건강에 대해 전체적인 시각을 지닐 수 있는 공동체였다. 우리가 그러한 공동체가 되어주는 것이 그들에게는 그 자체로도 희망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인성 장애에 대한 깊이감을 다루고 있어서, 추천하는 책 :)

📖 "그들은 강한 사람들이에요. 제가 만난 누구도 크라스노고르스크에서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불평하지 않았어요. 왜 그 말을 듣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그들이 힘들어 한 것은 오로지 그곳을 떠나야 했던 일뿐이었어요. 그들은 삶이 불행해서 병이 난 게 아니었어요. 문제는 그들의 도시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 도시가 그들에게 얼마나 특별했는가였어요."

📖 더 넓은 세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엘카르멘 사람들이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할지 그냥 액면 그대로 결정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 또 전문가들의 방문이 이곳 사람들의 명성에 누가 된 적도 없었으므로 자연스럽게 더 신뢰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어느새 내가 방문한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죄책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 의료 업계의 심각한 과잉 의료화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내리는 진단은 신뢰할 만한 것이 못 되는데, 부모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그런 진단명이 심리적•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가 알겠는가? '악마'는 왔다 가면 그만이지만, 자폐증, ADHD, 우울증, PoTS 같은 진단은 영원히 남는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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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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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언어가 아름다운 언어라 생각했던 이라영님은 정확함은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으며, 언어에 정답을 찾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고통을 나의 언어로 옮길 때와 마찬가지로 내 마음이 타인의 언어로 전달될 때 의도치 않은 오역이 발생하기에, 권력의 말을 부수는 저항의 말이 더 많이 울리길 원하며 이 책을 썼다.

고통, 노동, 시간, 나이 듦 등 스물 한 가지의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간 부분에서 놀라웠던 것은 모두에게 각자 시간이 금이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현실에서 '시간'의 의미는 누군가는 시간을 점령하고 누군가는 빼앗긴다는 것이었다. 빠르고 편하게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수록, 누군가는 빠르게 다치고 죽어갔다. 이는 결코 공평하지 않았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다뤄지고 있었는데, 나의 삶 속에서는 여성으로서 내가 겪은 피해는 없었기에 이에 대해서는 내가 감히 말할 수도 쉽사리 표현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었다. 그러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정도가 현재 나에게는 최선이었다.

이 책은 정말이지 말에 대해 거침없이 써내려간다. 권력에 대한 언어의 표현들까지 정말 솔직하게 쓴 것을 보고 사실 조금 놀라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실이 기반이니, 말을 부수는 말임은 틀림없었다.

언어에는 정답이 없지만, 말로써 마음이 연결되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 :)

📖 세상에는 두 개의 꼭대기가 있다. 누군가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오르려 하고 누군가는 이에 대항해 고공농성을 벌이기 위해 위로 오른다. 어느 꼭대기를 바라볼 것인가. 지그문트 바우만은 '경고를 들으시오'라는 글에서 반복적으로 말했다. "'이럴 줄 몰랐다'는 변명을 멈추기에 딱 좋은 때"라고. 경고는 언제나 있었다.

📖 개인에게 죄책감을 주어서는 안 되지만 개인을 무력하게 만들 필요도 없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 개인적으로 무책임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 개개인은 생각보다 강하며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 타자의 고통을 마주하고 사랑과 아름다움이 주는 힘과 그것의 정치성에 대한 무한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세계를 아름다움으로 이끌 것이다. 아름다움은 살아가는 모든 것에게 애쓰는 마음이며 동시에 죽어간 모든 것에게 애도를 잃지 않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산 자와 죽은 자는 연결된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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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2 (10주년 기념 김창열 특별판) - 최고의 나를 만드는 62장의 그림 습관 그림의 힘 시리즈 2
김선현 지음 / 세계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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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그림의 힘에 이어, 첫 번째 책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그림의 힘 2가 출간되었다. 김선현 교수님은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의 상황에서 큰 힘이 될 그림으로 고르시다가 앙리 루소의 '잠든 집시'를 표지로 선정하셨다. 이미 이 고마운 마음만으로도 내가 따스한 희망을 얻은 것처럼, 이 표지를 접한 모두에게 김선현 교수님의 마음 자체가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사랑하는 고흐의 작품과 글로써 시작하는 그림의 힘 2. 위대한 성과는 작은 결과들이 이어질 때 완성된다는 그의 말이 책의 시작부터 에너지를 가득 얻는 느낌이었다. 고흐의 작품은 늘 생동감이 넘치는데 두 면을 가득 채운 그림이라, 더욱 그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파니 브레이트의 '축하의 날'이라는 작품도 많은 위안과 용기를 가져다 주었다. 사실 삶은 실패와 성공, 그리고 도전의 연속이기에 이러한 것들을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당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라는 토마스 에디슨의 말처럼, 계획이 어긋난다고 해서 그것이 틀린 것도 잘못된 것도 아니니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방향성을 이루어 나가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같이 소개된 '축하의 날'은 가정집 거실이라는 배경부터 두 여성분이 주는 분위기와 색감이 어우러져, 웃을 일이 가득할, 곧 축하할 날이 생길 것만 같은 심리적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이번 책에서 나의 베스트 그림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추가로 이번 개정판에는 김창열 화백, 김보희 작가, 고영훈 화백, 전미선 작가까지 한국 작가 네 분의 그림이 추가 되었다고 한다. 힐링뿐 아니라, 에너지와 도전 정신, 역동성까지도 느낄 수 있는 그림의 힘2에 한국 작가들의 그림까지 추가되어서 더욱 소중히 감상하고, 간직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행복함으로 웃을 수 있는 그 날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이 독자들의 토양에 물을 주고 흙을 다지는 역할을 해주기를 고대하는 김선현 교수님의 바램을 다시 한 번 새기며, 나 또한 그런 소망으로 서평을 마무리한다.

나의 삶을 재정비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기에 추천하는 책 :)

"예술은 당신을 일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모든 것이다.
Art is anything you can get away with."
- 앤디 워홀

📖 이 그림은 고흐가 혼신을 다해 선물한 기적입니다.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갔을 정도로 가장 심적으로 힘든 때, 자신의 그 어떤 작품보다도 안정적인 행복감으로 충만한 작품을 탄생시켰으니까요,

📖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에밀 쿠에는 이 말을 하루에 스무 번씩 되뇌면 목표가 이루어지고, 원하던 성공을 달성할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말을 반복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지만, 반복적이누암시는 내 무의식과 소통해 '내가 성공 할 것'이라는 상상력이 뿌리박게 합니다. 이 상상력이야말로 정말 실오라기 같은 기회가 찾아온 순간, 다른 사람 모두가 지나친 그 기회를 나만은 잡을 수 있게 만드는 힘입니다.

📖 이렇게 냉정함과 침착함을 되찾으려면, 그림으로 나 자신을 객관화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높은 창문에서 저 아래 길가의 시끌벅적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소녀의 시야를 가져보세요. 한 발 떨어져서 내려다보는 대신 저 길 위에 있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사실이 있을 겁니다.

- 이 서평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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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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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조지 오웰, 어니스트 헤밍웨이, 무라카미 하루키, 마거릿 애트우드, 안톤 체호프 등 총 50인의 작가들의 방을 소개하는 <작가의 방>은 마치 각 작가들의 삶의 일부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뜻깊은 책이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글을 쓰는지, 그 분위기는 어떠한지 등 여러가지가 궁금해지는데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풀어줌과 동시에 환상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가 글을 썼던 방을 구경할 때면 두근거릴 정도였다. 헤밍웨이는 추락 사고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서서 일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북적북적한 집안 분위기가 느껴지는 침실에서 글을 자주 썼다.

서서 일하는 걸 좋아했기에, 침실의 책장을 책상처럼 사용하기고 하였고, 책장 위에는 타자기와 책들, 그리고 종이 더미가 쌓여 있었다고 한다. 침실의 인테리어 또한 헤밍웨이의 취향과 개성이 잘 드러나서 더욱 좋았던 부분이었다.

재즈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 음반으로 가득한 방도, 카페인을 섭취하며 커피와 함께 글을 쓰는 오노레 드 발자크의 방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발자크의 방의 색감은 왠지 모르게 열정이 불타면서도, 따스한 느낌의 정말이지 제일 탐나는 방이었다.

부키 출판사에서 뉴스레터 메일링을 시작했는데, 이번 <작가의 방>부터 시작되어서 그런지, 더욱 흥미로워서 추천하는 뉴스레터이다. 첫 시작인 버지니아 울프 다음으로 어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방에 대한 레터가 도착했는데, 책에는 그림들로만 나와있지만 뉴스레터에는 사진까지 있어서 더 체감하기 좋았다. 뉴스레터 구독은 부키 출판사 프로필 링크에서 가능하다. 🙂

그들이 작업할 때 쓴 타자기 하나 마저도 경이로울 지경이었던,
그들의 삶을 일말이나마 함께 할 수 있어서 추천하는 책 :)

📖 헤밍웨이는 책상 대신 쓰는 책장에 독서대를 올려놓고, 아주 얇고 부드러운 용지에 연필로 글을 썼습니다. "HB 연필 일곱 자루가 다 닳도록 글을 쓴 날은 일을 제대로 한 날"이라고 고백했죠.

📖 나 세상 떠나도, 내 영혼은 이곳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숲을 떠날 수 없다. 이 숲이 내 영혼의 일부를 가져갔다.

📖 나는 몇 년 동안 완벽한 연필을 찾아다녔다. 아주 훌륭한 연필들도 있었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언제나 문제는 연필이 아니라 나였다. 어떤 날에는 괜찮던 연필이 어떤 날에는 좋지 않았으니까.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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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돔 아래에서 - 송가을 정치부 가다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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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대에서 기자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모든 기자들이 기사가 우선인 것은 아니지만, 몇 기자들 때문에 기자에 대한 시선이 좋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허나 이 책 속 송 기자, 고도일보 송가을은 매우 정의로운 기자다.

사회부에서 특종을 줄곧 터트리던 송가을은 원하던 정치부에서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랐던 정치부의 현실에 놀라지만, 자신의 목표와 신념을 지켜나가며 진정 정의로운 기자가 어떤 것인지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다.

정치에 아예 관심이 없지는 않은지라 현실 반영이 어느정도 눈에 띄었으며, 마냥 소설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내용들이 꽤나 있다고 느껴졌다. 정치가 좋고 싫음을 떠나, 국민들은 국가의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권리와 의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그 현실이 추악하다 하더라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 또한 국민들이라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

사실 제일 마지막 사랑이야기 부분에는 주인공의 말이 살짝 오글거리기도 했는데, 그게 또 소설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정의로운 기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하는 책 :)

📖 그리고 송가을 기자님께 전해줘. 기사 내보낸 거 후회하지 않는다고. 슬퍼하지 말고, 앞으로도 나처럼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웅크리고 있는 이들을 위해 애써달라고. 기자로서 절대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지금처럼 좋은 기자로 자리를 지켜달라고. 새로운 문을 열어줘서 감사하다고.

📖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하고 싶은 건 또 못 하는 게 정치부 말진 아니냐. 우린 말진 중에 상말진, 같은 신세고. 학창시절로 보자면 친구, 뭐 그런 거 아니겠어? 막 경쟁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같이 쌓아가는."

📖 1년 6개월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그사이 송가을은 좋은 기자가 됐을까. 아무래도 아직 아닌 것 같았다. 그나마 분명한 건,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노력해왔다는 점이다. 송가을은 문뜩, 그걸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좋은 기자에 가닿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 이 서평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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