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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정확한 언어가 아름다운 언어라 생각했던 이라영님은 정확함은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으며, 언어에 정답을 찾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고통을 나의 언어로 옮길 때와 마찬가지로 내 마음이 타인의 언어로 전달될 때 의도치 않은 오역이 발생하기에, 권력의 말을 부수는 저항의 말이 더 많이 울리길 원하며 이 책을 썼다.
고통, 노동, 시간, 나이 듦 등 스물 한 가지의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간 부분에서 놀라웠던 것은 모두에게 각자 시간이 금이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현실에서 '시간'의 의미는 누군가는 시간을 점령하고 누군가는 빼앗긴다는 것이었다. 빠르고 편하게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수록, 누군가는 빠르게 다치고 죽어갔다. 이는 결코 공평하지 않았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다뤄지고 있었는데, 나의 삶 속에서는 여성으로서 내가 겪은 피해는 없었기에 이에 대해서는 내가 감히 말할 수도 쉽사리 표현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었다. 그러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정도가 현재 나에게는 최선이었다.
이 책은 정말이지 말에 대해 거침없이 써내려간다. 권력에 대한 언어의 표현들까지 정말 솔직하게 쓴 것을 보고 사실 조금 놀라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실이 기반이니, 말을 부수는 말임은 틀림없었다.
언어에는 정답이 없지만, 말로써 마음이 연결되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 :)
📖 세상에는 두 개의 꼭대기가 있다. 누군가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오르려 하고 누군가는 이에 대항해 고공농성을 벌이기 위해 위로 오른다. 어느 꼭대기를 바라볼 것인가. 지그문트 바우만은 '경고를 들으시오'라는 글에서 반복적으로 말했다. "'이럴 줄 몰랐다'는 변명을 멈추기에 딱 좋은 때"라고. 경고는 언제나 있었다.
📖 개인에게 죄책감을 주어서는 안 되지만 개인을 무력하게 만들 필요도 없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 개인적으로 무책임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 개개인은 생각보다 강하며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 타자의 고통을 마주하고 사랑과 아름다움이 주는 힘과 그것의 정치성에 대한 무한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세계를 아름다움으로 이끌 것이다. 아름다움은 살아가는 모든 것에게 애쓰는 마음이며 동시에 죽어간 모든 것에게 애도를 잃지 않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산 자와 죽은 자는 연결된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