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소멸
한동일 지음 / 그린스트로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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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쌓아 올린 가벼운 관계의 벽


도시의 삶은 늘 분주합니다. 

나이가 들어가고 20대와 30대를 거치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가족을 이루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삶의 우선순위가 생깁니다. 

일과 가정 속에서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우리는 그 한정된 자원을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에게 쏟게 됩니다. 

저도 이러한 경험을 했는데요.  작가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타인과 맺는 관계들이 

어떻게 켜켜이 쌓여가는 가벼운 관계들로 변질되는지를 날카롭게 포착해냅니다. 


책 속에서 '도시적 이성으로 선택된 관계'라는 표현은, 

단순히 차가운 도시인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한정된 삶을 살아내기 위한 현대인의 어쩔 수 없는 생존 방식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소중한 것을 우선시 하기 위해, 다른 모든 관계에 적절한 벽을 세우고 그것들을 가볍게 유지하지는 않는지요?



도시라는 거대한 무대에 선 개인


소설은 도시를 단순히 배경으로만 다루지 않습니다. 도시는 그 자체로 살아 숨 쉬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하는 거대한 유기체처럼 묘사됩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이자, 동시에 다른 이들의 연기를 돋보이게 하는 무대장치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도시의 화려한 불빛 아래 숨겨진 개인의 소멸을 이야기합니다. 

도시라는 무대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은, 

단순히 외로움이라는 감정으로 설명하기 부족합니다. 



켜켜이 쌓인 소모된 시간의 끝에서 마주한 청춘의 의미


우리는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인 청춘을 도시에 바칩니다. 

그것은 자발적인 선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소모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O처럼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소멸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청춘의 소멸을 정면으로 응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우리가 그토록 소모하며 지키려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쌓아 올린 가벼운 관계의 벽 너머에 있는, 진정으로 소중한 존재들과의 연결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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