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버스터 - 무삭제 완역본
가이 펜로즈 깁슨 지음, 이동훈 옮김, 김연환 감수 / 책미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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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응징작전의 현장 지휘관 깁슨 중령의 수기는 전쟁사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줄 것이다.

응징작전 이전까지 2차 대전간 저자의 공군 복무기록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는 수기는 당시의 새로운 기술, 운용되는 전술 및 장비, 실전참가자들의 심리등을 바로 옆에서 보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은 직접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고, 읽으면서 느낀 점은,

 

1. 살인의 심리학과 전투의 심리학에 나오는 서술의 실제 사례를 볼 수 있었다.

  서문(p.35)에 나오는 "그는 결코 타고난 조종사가 아니었다."는 서술과 엄청난 압박감과 기술적인 제한을 책임감과 노력으로 극복했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전투의 심리학(p.35)에 나오는 "진정한 영웅은 두려워 하면서도 싸우는 사람이다."라는 서술의 실제 사례를 본 듯하여 흥미로웠다.

  "전쟁에 품고 있는 열의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인간의 몸에는 나름의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p.447)는 저자의 생각은 살인의 심리학(p.144)에서 묘사된 "용기란 소모되는 정신력"이라는 모란경의 금언과 일맥상통하는 듯 하다.

  더불어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전쟁 영웅들이 타고남 보다는 만들어지고 강한 책임감으로 영웅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었을 것으로 생각하니 전사의 길을 택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2. 관료주의적 사고는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사라지지 않고, 이를 가장 많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군대가 승리한다. 폭격선도기 비행대 창설시 대두되던 문제(pp.379~382), 1차 대전때와 동일한 크기의 고임목(p.352) 등등. 책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방법의 채택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을 저자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만으로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3. 더불어 항공력에 대한 흥미로운 견해도 볼 수 있었다.

   당시는 듀헤의 항공이론이 최초로 시험되는 무대였다. 그러나 정작 공군장교들은 항공력 만으로 전쟁을 끝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pp.408~410) 물론 이 수기의 서술시점이 1944년이므로 다소 결과론적인 서술일 수 도 있으나 가장 긴 공군전통을 가진 영국공군 장교의 견해는 매우 흥미롭다.

  더불어 많은 대공화기를 보유한 국가에 대해 항공력의 효과는 감소한다(p.291)는 저자의 서술은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 군도 새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4. 그리고 전장에 서야 하는 전사들의 심리상태는 평시의 잣대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저자의 수기와 추천사에는 평시 기준으로는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 묘사되고 있다. 더불어 아더 해리스 원수는 이에 대해 사과할 마음이 없다고도 기술했다. 우리 군의 전시 휴양소 운영은 평시의 휴가 장병도 흥미를 느끼지 못할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하지만 전시가 되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보다 효과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나는 전시 약탈행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페렌바크의 이런 전쟁(p.290)에서 전투병들에게 맥주 제공을 비난하는 1950년대 미국 사회의 분위기가 지금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게도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더불어 친일청산, 한일 국교 정상화, 북한과의 첩보전쟁 등 과거의 사건을 지금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비난하는 것에는 깊은 숙고가 필요하리라 여긴다.  

 

5. 저자의 침착한 리더십이 곳곳에 보인다. 항법사의 실수를 질책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는 모습은 대표적인 장면이다.

 

공군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책이다. 역사가, 심리학자, 항공기술자, 리더십 연구가, 군인 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더불어 새로운 세계로 필자의 영역을 확대해 준 역자에게도 깊은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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