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스크 - 푸틴의 첫 위기, 그리고 러시아 해군의 가장 암울했던 시간, 영화 <쿠르스크> 원작
로버트 무어 지음, 이동훈 옮김 / 울력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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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0년 8월 12일 어뢰폭발 사고로 침몰한 러시아 공격원잠 쿠르스크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시간대별로 출항준비, 사고 발생, 구조작전, 후속조치 등을 기술하고 있고, 각각의 국면을 쿠르스크함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다양한 시각과 조치를 보여준다.

책의 전반부는 쿠르스크함의 사고가 발생한 주요원인, 경과 등을 기술하고, 사고발생 전후로 각국의 해군, 러시아 지도부, 군인가족의 관점 등이 기술되고 있으며, 후반부에는 각국의 민간구조활동, 사고 이후의 후속조치, 저자의 소회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잠수함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가 읽고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 비상사태 발생시 조치 메뉴얼 보완, 잠수함의 기계적 문제에 대한 점검 등을 되돌아보고 미비점을 보완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비전문가들도 승조원의 입장에서, 또는 북방함대를 포함한 많은 기관들의 입장을 공감하면서 사건의 전개과정에 빠져들어 갈 것이다. 어떤 사전지시도 없이 실종소식을 접하자 구조준비를 진행한 노스우드 사령부의 러셀 제독, 시웨이 이글호의 그레이엄 맨의 모습은 바다사나이들의 국적과 이념을 초월한 공감대를 느끼게 해 주었다. 열악한 여건에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러시아 해군 탐색구조부대의 활동을 보고 있으면 관료주의의 민낯과 국력을 넘어서는 군사력에 집착한 러시아 정부에 대한 인간적인 실망과 분노를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는 두가지를 생각했다.

첫째는 전승의 요체로서의 소통이다. "따져 묻기를 싫어하고 나쁜 소식을 지휘계통 상부로 보내기 싫어하는 러시아군의 정신자세"는 구소련, 아니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계속되는 러시아의 문제이다. 이는 결국 소통의 부재가 군사작전의 실패를 조장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는 점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 군은 어떨까? 러시아군이 가진 약점은 우리 군에서는 찾을 수 없을까? 하급자를 미숙하다고 간주하는 사고방식을 벗어나 조직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료라고 생각해야 올바른 양방향 소통이 생겨날 것이다. 말도 안되는 의견을 제시하는 하급자를 이해해야 한다. 내가 진리라고 확신하는 사안을 부정하는 건의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상급자의 의무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어떤 일을 추진할 때는 최초 착수단계에서 최종상태를 분명히 해야한다. 쿠르스크함을 기준으로 한다면 승조원의 목숨과 기밀보전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승조원의 목숨을 선택했다면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지연은 없었을 것이다. 최종상태는 현장지휘관의 의견을 토대로 최고 결정권자가 결단해야 한다. 그래서 직책과 직급을 떠나 현장 지휘관과 최고 결정권자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던 경과를 이 책은 보여준다.

쿠르스크는 잠수함 침몰사고이지만 그 진상을 추적하는 이 책을 통해 조직문화의 문제와 의사결정 과정의 핵심요소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더불어 유려한 번역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시야를 확장하게 해준 역자에게도 감사함을 표하며 모든 이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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