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엇갈려도 애틋해도 그래도 청춘이 하니까 사랑이다. 이렇게 엇갈릴 수 있을까, 정말 드라마에서나 존재할만한 인연을 풀어놓은 소설이다. 2013년 최고의 화재작 응답하라 1994에서 나오는 추억의 PC통신과 동시대를 공유하는 이 소설은 살짝 지루하게 여겨지면서도 뭔가 가슴속에서 애틋한 묘한 마음이 생기게끔 한다.

 

 

 

 

#톡1.

내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때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소설을 읽는 내내 PC통신 나우누리의 파란 화면이 눈에 선했다.

통신세계라는 익명성 속에 나는 얼마나 친구를 찾아헤메었는지 모른다.

관계를 형성하고 싶지만 온라인도 오프라인도 어느 한쪽에서도 나는 솔직하지 못했다.

늘 나를 어느정도 감추고 상대방을 가늠해보았다.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에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 공통 관심사, 그리고 시간.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바빴는지 모르겠지만 늘 시간에 쫓기던 나는 관계를 형성하는데에는 늘 약자일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늦은 밤, PC통신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음으로써 목마른 관계를 해소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도, 지금도 내 가까운 지인들은 통신매채를 통한 관계형성에 무척 약하다.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수다떠는 것을 제외하면...

PC통신, 인터넷 카페, 싸이월드, 페이스북, 블로그,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어느 하나에도 모여있는 친구들이 없다.

그래서 그 안에서 이미 형성된 관계 안에 끼어드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다. 가까운 지인들과 형성해놓은 것과 같은 관계가 왜 온라인에서는 형성이 안되냐며 좌절했던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이니까 애틋한 마음이 더해져서 읽어내려갔지만, 난 이렇게 꼬이고 애증이 얽히는 관계는 싫다.

특히 상대방과 만나지도 못하면서 오랜기간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사는건 더욱 싫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도 싫다.

 

현실은 그냥 현실답게 심플하자...

 

 

 

 

책에서... 

 

34

이 말은 너는 못 들어 봤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질문이다. 나는 나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고 싶어하는 욕망이 강한 것 같다. 슬쩍슬쩍 남에게 자신을 들이민다. 이걸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것 아닐까.

 

54

사람들이 힘주어 말하는 것보다는 스쳐 가는 말 중에 진실이 있다

 

181 

누구의 딸, 누구의 아들, 누구의 아내, 누구의 남편,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빠, 누구라는 인생에 편승하는 것이 정체성을 가지지 못한 인간이다.

 

203

정선은 정신적인 연좌제에 얽힌 남자다.

(...)

형법의 연좌제는 죽었지만 정신적인 연좌제는 아직도 살아서 사람들을 판단하고 정죄한다.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면 아들도 거의 바람을 피워,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면 아들도 거의 폭력을 써, 아버지처럼 살지 않을 거야 하면서도 닮는거지.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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