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매 - 머리를 쓰지 않는 똑똑한 바보들
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김세나 옮김 / 북로드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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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다 집에 있어보니 동네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아, 남는 시간은 인터넷을 하며 보내게 됩니다. 주로 스마트폰을 쓰죠. 그러나 막상 인터넷을 하고나면 밀려오는 허무감에 컴퓨터 앞에 앉지 않거나, 스마트폰은 들여다보지 않으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노력의 일환으로 오랫동안 집에 묵었던 책 「속도에서 깊이로」를 손에 잡아들고 읽다보니 디지털보다 더 중요한 대면과 사색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마침 리뷰도서로 도착한 이 책 「디지털 치매」역시 컴퓨터 사용의 적절한 제한을 강력하게 권유하고 있었습니다. 절대 디지털 미디어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대사회는 디지털 미디어가 없이는 유지될수가 없을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제한이 필요하다는거죠.

 

두 책에서 동일한 사례로 등장하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학교에서 디지털 미디어 사용률이 가장 높은 국가인 한국의 경우,

2010년에 이미 학생들의 12퍼센트가 인터넷에 중독되었다. (p86)

 

IT강국답게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률이 높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중독현상 역시 심각한 수준입니다. 조만간 학교에서 책이 없어지고 디지털 미디어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는 얘기를 어디에선가 들은 것 같은데, 아직 자기제어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미디어를 일찍 알게하는 것이 저는 싫습니다.

 

저는 인터넷 정보검색사가 국가자격증으로 자리잡던 시절의 세대입니다. 컴퓨터를 복수 전공하였으니 정보처리기사 자격증과 함께 인터넷정보검색사 자격증도 같이 가지고 있지요. 그러나 지금은 어느 누구도 인터넷을 검색하기 위해 자격증을 요구하거나 공부하지 않습니다. 구글이나 네이버에 들어가면 뭐든지 다 알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알아낼수 있는 것과 그것을 지식으로 습득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검색하여 찾아내고 복사하여 붙여넣는 것이 일상화된 세대. 그리고 그것이 표절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등장합니다. 얼마전 유명인의 논문 표절이 핫 이슈로 떠올랐었죠.

 

사실 제가 2005년에 쓴 석사 논문도 인용 부분을 정확하게 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까지 몇년이나 한 뒤에 쓴 논문으로 성인이었던 저 역시 표절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지 못했는데 하물며 대학생 또는 그보다 더 어린 청소년과 아이들이 제대로된 인식을 가지고 있을리 없습니다.

 

벌써 몇년전의 일... 10년만에 교생실습으로 되돌아가봤던 고등학교 교정. 예비 컴퓨터 교사라는 이름으로 갔었는데요. 수업뿐만 아니라 행정업무처리에도 컴퓨터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생필품이었습니다만, 잦은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로 학기초에 많은 시간이 소모될 뿐만 아니라 교사들이 기술 습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고장이 날때마다 컴퓨터교사는 교사가 아니라 수리공이어야 했으며, 워낙 짧은 하드웨어 교체주기(2~3년)로 발생하는 비용 또한 상당했습니다.

 

컴퓨터가 막 등장하던 시절에는 컴퓨터 역시 하나의 배움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학창시절 공부를 방해하는 기피의 대상으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이 알아서 배워온다고 합니다. 일반 학교에서는 컴퓨터 교사는 대개 수학 등으로 전과하고 있대요.

 

이런 컴퓨터의 문제점을 학위까지 따며 공부한 저도 중독 앞에서는 쉽게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판단력이 없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오죽할까요.

 

오래전 『쌍둥이의 별』이라는 책을 읽으며 눈물을 주르륵 흘렸던 내용과 유사한 구절이 이 책에도 나옵니다.

 

우리 아기는 적어도 나보다는 잘 살아야죠.

살면서 모든 기회를 다 가졌으면 좋겠어요.

똑똑했으면 좋겠고, 지식도 풍부했으면 좋겠어요.(p157)

 

내 아이는 나보다는 더 많은 것을 가졌으면, 아이 밑에서 불을 지펴 훨훨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던 그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저뿐만 아니라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다 이와 같겠죠.

 

내 아이가 훨훨 날게 하기위해 디지털 미디어를 손에 쥐어주는 것보다, 놀이터에서 뛰어놀 시간, 혼자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사색에 잠길 시간을 주어보는건 어떨까요?

 

집에 있는 동안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보려던 생각을 접고 시간이 날때마다 놀이터에 나가려고 합니다. 올해는 얼굴이 새카매질때까지 밖에서 놀꺼에요.

 

 

 

책에서...

 

28

가뜩이나 빠듯한 살림살이에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면서까지 자녀의 미래를 염려하여 결국 컴퓨터를 구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녀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 즉 보다 나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경험하게 된다.

(중략)

아무튼 산업계는 이런 식으로 교묘하게 사회적 약자 계층의 부모가 가진 두려움을 이용해, 이들이 가진 주머니 속 마지막 한 푼까지 탈탈 털어내도록 하고 있다.

 

30-31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는 결코 인간적인 접촉의 증대나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과 피상적인 접촉으로 유도하는 것일 뿐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157

우리 아기는 적어도 나보다는 잘 살아야죠. 살면서 모든 기회를 다 가졌으면 좋겠어요. 똑똑했으면 좋겠고, 지식도 풍부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서둘러 조기교육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중략)

우리 애는 한 살부터 제대로 된 장난감으로 올바른 자극을 받으며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워야 해요

 

185

어린이는 새로운 구조들을 개발해나가고, 성인은 기존의 구조를 활용하여 변화시켜 나간다.

 

241

구글 세대는 절대로 인터넷을 정보 검색이나 학습을 위해서만 사용하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친구들과 개인적으로 소통하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242

네트워크는 검색어의 세련된 조합들을 통해 검색을 어느 정도 제한하고 있기보다는 직접적으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정보 검색 능력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가 없다고 많은 학자들도 우려하고 있다.

 

256

현대인들은 11분마다 한 번씩 하던 일을 중단한다. 주머니 속에서 스마트폰을 끄고 있는 동안에 다른 전화벨이 울리고, 문자와 이메일이 수신되었다는 알람이 울린다.

 

284

스트레스느 통제력 부족의 결과물이다.

 

303

미디어를 많이 사용할 수록 클럽에서의 단체활동 참여도 더욱 낮아진 것이다.

한편 모든 연령대 가운데 조직적인 여가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경우는 인터넷에 풀 빠진 사람들로 드러났다.

 

327

게임을 통해 몇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구차와 살인이 어린 사람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교육학자가 있다면, 나는 그런 사람은 교육학적 능력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341

나는 자녀들에게 제한 사랑을 두는 것이 때로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하지 못하거나 이렇게 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좋은 아버지도, 좋은 어머니도 아니다.

(중략)

자녀에게 최고의 것, 최선의 것을 해주고자 한다면, 반드시 제한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도입하고, 또 관철해내야 한다. 이것이 비록 자녀들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 해도 말이다.

 

380

친구 세명과 함께하는 저녁은 페이스북에서 300명과 가상접촉을 하는 것보다 우리를 훨씬 행복하게 만들고, 훨씬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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