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12.10

 

(스포일러 완전 많음)

 

범죄 추리소설 또는 사회적 사건에 관한 것을 읽을때 항상 관심의 대상은 사건을 일으킨 사람. 사건 그 차제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주인공적 인물들에 있었다. 그곳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가족에게로 나의 시선을 옮겨준 최초의 책은 『13계단』, 다음으로 『방황하는 칼날』이었다.

 

이번 히가시노게이고의 「편지」는 구체적으로 가해자의 가족인 나오키가 주인공이 되어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느끼며 올바르게 살아가기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범죄를 저지른 형은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게되고, 동생인 나오키는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학창시절, 연애계진출, 결혼, 회사생활, 자녀양육 등 삶의 모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어려움'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제약이라고 해야할지, 차별이라고 해야할지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나오키는 꽤 공부를 잘하고 괜찮은 외모도 지니고 있어 사회적으로 선호받는 사람그룹(?)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가족관계가 드러날때마다 좌절하고 포기해야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나오키가 취직한 회사의 사장은 또 다른 관점의 시각을 제시하며 나오키가 그 차별의 다른 면을 보도록 인도해준다.

 

사장이 나오키의 구세주가 되어 나오키가 다시 회사에서 주요한 자리에 배치받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도 했으나, 나오키는 또 다른 삶의 길을 찾아 현재를 떠나기로 한다.

 

사람은 가끔 범죄나 자살의 유혹에 시달린다. 삶이 어려울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르게 살기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내 삶은 나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내 걱정거리 하나 덜자고 미운 상사에게 해꼬지하거나, 나 하나 편하자고 죽어버린다면 내가 떠난 자리에서도 계속 살아가야하는 나의 가족과 피해를 입은 사람의 가족들의 삶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 도져히 나쁜 짓은 하고 살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사건,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할 것 인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시렸다.

 

책에서...

 

p317
"진짜 죽음과 달리 사회적인 죽음에서는 되살아날 수가 있지."
히라노가 말했다.
"그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착실하게 사회성을 되찾는 거야. 다른 사람과의 끈을 하나씩 늘려갈 수밖에 없어. 자네를 중심으로 거미줄 같은 관계가 만들어지면 누구도 자네를 무시할 수 없을 거야. 그 첫걸음을 뗄 곳이 바로 여길세."
그렇게 말하며 바닥을 가리켰다.

 

p319
범죄자는 자기 가족의 사회성까지도 죽일 각오를 해야 한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차별은 필요한 것이다. 나오키는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남들이 자기를 마땅치 않게 보는 것은 그 사람들이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말이 안 된다며 운명을 저주했다.
결국 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차별은 있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중략)
언제나 체념만 했다. 체념하며 비국의 주인공인 척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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