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금융 사회 - 누가 우리를 빚지게 하는가
제윤경.이헌욱 지음 / 부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소설로 읽은 화차도 충격적인 내용이었지만, 금융권과 저소득층을 둘러싼 이 책의 내용 역시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어떤 사람에게는 크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보면 그렇게 큰 금액도 아닌 2천만원의 은행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카드빚을 지고, 리볼빙을 쓰고, 제2금융권을 이용하고, 사채까지 쓰다가 원금과 이자를 합쳐 5천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허덕이는 사례들에 대한 단면은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금융권과 언론이 좋은 대출과 나쁜 대출을 의도적으로 나누면서 집을 사거나 공부를 하기위한 대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해두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저당잡혀 현재를 우울하게 살고 있는 듯하다.

 

금융지식이 부족한 저소득층의 금융자산을 약탈한다는 의미 이외에도, 평범한 중산층의 미래를 제로섬 게임방식으로 담보하는 현실의 우울한 모습이 잘 보이는 책이다.

 

내 경우에는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환경에서 무사히 대학을 졸업, 대기업에 취직하고, 결혼하고, 나름 짠순이 생활을 지속하여 마련한 집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나 역시 은행에 월세를 산다고 할만큼 적지 않은 비용이 원리금대출상환이라는 이름하에 꼬박꼬박 비용을 지출되고 있다.

체크카드가 아닌 신용카드만 사용하긴 하지만, 결제일은 한번도 어긴적이 없고 카드 현금서비스는 물론 신용대출도 써본 적이 없다. 오로지 대출은 주택담보대출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담보대출이 남편과 나 둘중 하나가 갑자기 실직상태에 놓이게 되면 상환이 쉽지 않을 만큼의 규모이다보니, 앞으로 2~3년간은 절대로 아파도 안되고 쉬고싶어해서도 안되는데, 당장 친정엄마가 쌍둥이 육아로 몸이 많이 상하셔서... 조만간 휴직을 계획하고 있는 요즈음 하루하루가 걱정이 가득하다.

 

바쁜 회사일을 두고 휴직을 맘먹기까지, 부서의 선배님들 입장때문에, 향후 나의 회사에서의 발전가능성 때문에, 또 대출금 상환때문에 무척 망설였는데, 친정엄마가 아프시니 대책이 없다.

더이상 불효를 할수는 없지 않은가... 이미 충분히 불효상태인데 말이다.

 

 


책에서...

 

p5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빚내서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는 기사가 언론을 채웠다면 이제는 빚때문에 잔인하게 채권추심을 당하고 급기야 채무자가 죽음에까지 이르렀다는 사건사고 소식이 언론을 장식한다. 이런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 채무자를 위협하는 무기가 된다.

 

p36
영업의 술수일 수 있다며 강하게 경계하던 사람이라도 자신에 대한 관대한 평가 앞에서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참기 힘든 법이다.

 

p91
사실상 자산 투자 시장은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손해를 보는 '제로섬'의 처절한 머니게임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중략)
결국 당신이 (집을 팔아) 손에 쥔 차익 2억원은 당신의 이웃이 20년, 30년간 일해서 갚아야 하

는 돈이다. 누군가 차지하는 자본소득이란 다른 누군가가미래에 받을 노동소득, 즉 대출 원금인셈이다.

 

p149
저소득층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복지 정책이지 돈을 빌려주는 대부사업이 아니다. 이미 늘 돈

에 쫓겨 빚에 허덕이는 마당에 정부까지 나서서 사회복지로 해결해야할 것을 대출 상품으로 대신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중략)
결국 정부 돈으로 카드사의 잠재적 부실채권을 해결해준 셈이다.
(중략)
햇살론 상환에 허덕이다 다시 카드 대출과 리볼빙을 이용하는 악순환 상태로 돌아갔다.

 

p197
심리학자들은 소득분배가 불균형한 사회일수록 정서적인 고통을 겪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불균형한 소득분배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능을 탓하며 패배감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p198
어짜피 은행이 망하면 정부가 구제해줄 것이란 대마불사의 신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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