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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원작인 셈인데 아마 영화가 소설만큼 잘 만들어지지는 못했을 것 같다. 내가 영화를 안봤으니 뭐라 말할수는 없지만 그냥 느낌이 그렇다. 소설을 읽고나서 여운이 남는걸 보니 이걸 제대로 영상화했다면 정말... 끝내줬을텐데 영화가 화제의 중심에 서지 못했던 걸 보면 말이다.
내가 본 책은 네이버에서 보여주는 최신판과는 좀 다르다. 오래된 책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뭐 읽는데 무리가 없었고 느껴지는 바도 많았으니... 이 문제는 패스.
미야베 미유키의 책중 읽은 것은 『모방범』, 『R.P.G』두권, 정확히는 모방범이 3권으로 되어있으니 4권. 뿐일텐데 이 작가가 주는 흡입력은 정말 대단하다. 『모방범』은 책의 두께가 주는 위압감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몰입해서 읽었고, 『R.P.G』는 그럭저럭, 이번에 만난 「화차」역시 다시 미친듯 몰입해서 읽었다. 지하철에서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책이 90년대에 쓰여졌는데, 우리나라의 2000~2010년대에 끼워넣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신용(credit)에 대한 문제를 잘 다루고 있다. 이야기의 주 축은 미스테리 추리소설이지만 그 사회적 배경이 너무나도 리얼하다는거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왔을때, 드라마나 소설에서 보았던 사회생활의 허상을 깨닫고 좌절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노력해서 신분상승을 이루는 것,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 현실에 안주하는 것, 과욕을 부리는 것 등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 소설에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신용카드 사용의 남발, 과도한 부채와 불법사금융의 피해로 인한 가정붕괴, 인생붕괴를 이야기한다.
단지 행복하고 싶었을 뿐인데, 누구나 다 주택을 구입하는 상황이라는 사회의 어떤 꼬임에 의해서 또는 자기가 감당하기에 과한 욕심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생을 회복하는 방법이 소설에서의 그녀들이 선택한 길 밖에 없는 것일까.
다른 지방으로 떠나는 것이 일반사람에게는 여행이나 출장이 되지만 사건을 따라가는 형사에게는 여행도 출장도 아니라는 얘기가 와닿았고, 시종일관 감춰진 진실을 향해 차분히 다가가는 형사의 모습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여운을 남겨둔 소설의 마무리가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