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12.8

 

흔히 법을 정의의 칼날이라고 한다.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기위한 여러 법들은 우리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 법이 추구하는 정의가 누구를 위한 정의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바로 이 소설「방황하는 칼날」에서 처럼 말이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고,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진 소설이라 대강의 줄거리는 언급해도 될 것 같다.
불량 고등학생에게 유린당하고 나체인 상태로 죽은 딸에 대한 비디오를 본 아버지에게 그 불량 고등학생이 눈앞에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소설에서 아버지는 충동적으로 그 학생을 살해하고 범행에 관여한 다른 학생 역시 살해하기 위해 잠적한 상태에서 경찰에게 자신의 태도에 대하여 양해를 구한다. 법이 처벌하지 않는 미성년자에게 자신이 대신하여 벌을 주고 싶다고 말이다. 아버지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경찰은 여고생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입장에서 범인을 보호해줘야하는 입장으로 상황은 순식간에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불량소년이 경찰에게 먼저 발각되어 아버지가 복수(?)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바라는 마음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에게도, 또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동시에 생긴다. 아버지의 태도가 분명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자는 보호되어야한다는 법의 정의에 반하여 처벌이 가해지기를 바라는 것을 보면 어느정도 법이 가지고 있는 부당한 측면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재미있다고 표현하기에는 결론이 허무하고 남겨진 현실에 너무 화가 나지만 작가의 침착한 전개 덕분에 분량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읽는데에는 전혀 부담이 없다. 같은 추리소설의 장르이면서, 주된 소재는 다르지만 정의를 실현해야하는 법에의한 부조리를 다뤘다는 측면에서 『13계단』의 스토리가 자꾸 오버랩되었다. 서로 다른 작가가 이토록 비슷한 이미지의 소설을 완벽하게 다른 각도에서 만들어냈다는 점도 참 신기했다. 드물게 가벼운 장르의 책을 보고나서 진지한 생각을 하게해준 좋은 책을 만났다.

 

읽어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중 단연 최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