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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
생 텍쥐페리 지음,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12.7
「어린왕자」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중 여기저기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책을 한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었다. 어릴 때 분명 집에 「어린왕자」책이 있었고, 몇번인가 손에 들고 읽었던 것 같은데, 행간 인용되어지는 구절들이 내 마음에 제대로된 인상으로 남아있지 않아서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이 싫었던 것 같다. 기억이란 이렇듯 형편없는 것이다.
얼마나 예쁜 이야기로 가득차있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이 책에 열광(?)하는 것일까. 나는 어떤 좋은 문구를 책에서 만나게 될까. 오랫동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던터라 책을 잡고 설레는 마음이 생겼다.
오래전 손에 잡았던 책도 무척 얇았던 걸로 기억하고 이번에 구입한 책의 크기가 작다해도 책의 두께가 꽤 되는 것이 의아했는데, 예쁜 일러스트와 책속의 많은 여백 때문에 글밥이 많다는 느낌이 안들었다. 글씨가 빡빡한 책만 접하다가 여백과 그림이 곁들여져있는 책을 만나니 마음이 편안하다는게 책에게 받은 첫인상이다.
세상을 숫자와 이기심으로만 보는 어른들의 시각에 대한 다른 시선. 챙김과 기다림에 대한 설레임. 여행과 이별에 대한 자세.
책을 모두 읽고나니 주요 구절별로 부분적으로 미리 만나봤던 어린왕자의 인상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차분히 가라앉는, 편안해지는 마음은 미리 만났던 인용구절에서는 느낄수 없던 두번째 인상이었다.
여운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책을 읽고서 마음에 남는 여운이라는 것도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깨끗한 그림 한점 서서 감상한 느낌과도 비슷하고 여행지에서 만난 맑은 하늘에 새하얀 구름이 떠있는 초원과도 같은 느낌이다.
동화와 소설의 차이가 이런건가.
보통의 소설은 읽고나도 이런 깨끗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기가 쉽지 않다. 반면 동화가 주는 느낌은 무척 새롭고, 새삼스럽다. 얽히고 설킨 관계를 풀어낼 필요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수 있는 동화를 읽고나니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앞으로 머리 아플때, 마음이 심란할때 자주 동화를 만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