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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12.6
무라카미 하루키는 대학교 초기에 신변잡기에 가까운 에세이로 만난 이후, 소설조차 손에 잡아보지 않았다가 소설『1Q84』를 읽고 난뒤 그의 소설 찾아 읽기시작했다. 그래봐야 『상실의 시대』와 『해변의 카프카』까지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의 소설을 세개는 접해보고나서 읽게된 최근 에세이 『무라카미 잡문집』은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소설에 대해 알고 보니 작가의 일상도 가벼운 신변잡기라기보다 소설을 구성하는 중요한 소재거리라는 것을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에세이를 보면 무언가 교훈적인 암시를 주기위해 쓰여지는 것도 있고, 감성적인 공감을 형성하기 위한 것도 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솔직히 앞의 두가지 어떤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의 너무 평범한 것들에 대한 작가의 솔직 담백한 생각을 말해둔 것 쯤이라 할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하루키의 소설을 한번도 접해보지 않았을때 그의 에세이는 재미도 없었고 정말 잡담에 가까운 신변잡기에 불과했으나, 소설을 읽어본 뒤에 만난 그의 에세이는 정말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그의 생각, 소설의 소재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거다.
이 에세이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글을 쓸때 자주 삽화작업을 같이 한다는 안자이 미즈마루의 삽화가 거의 모든 페이지에 들어가있다. 그래서 단순한 글도 재미있게 재미있는 글은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벌써 발행된지 10년도 넘은 책이지만 그의 사고방식은 신선하다. 아마 그래서 작가일꺼란 생각이 들 정도로...
책에서...
p51
나로서는 결코 적극적으로 무엇인가를 보수하고 있을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정도면 괜찮겠지'하고 일단 PAUSE(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놓은 것뿐이지, 특별히 유행을 거슬러가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p123
지금 '돈도 없지만, 취직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젊은이들은 도대체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한때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폐쇄된 사회 상황이 무척 걱정이 된다. 옆으로 빠져나가는 길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회는 좋은 사회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p247
인생이란 본질적으로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것이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으면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다른 종류의 사람들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손에 넣고 있다는 건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런 글을 쓰고 있으면 자꾸만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