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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을 읽다보면 일상이 너무 느리고 노곤한 느낌이 든다. 마악 따끈한 목욕탕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느낌이랄까... 반신욕하며 읽기에 너무 적당한 분위기들을 풍기고 있는 것이 그녀의 소설들이 가진 공통점인 것 같다. 처음에는 그 노곤한 느낌이 익숙하지 않아 다른 소설들의 잘 짜여진 짜임새에 비교당하곤 하지만, 익숙해진 다음부터는 편안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것이 에쿠니 가오리만의 매력이 아닐까.
소설을 읽을때마다 나는 늘 소설속의 주인공들처럼 특별한 일을 겪지 못한다며 불평하곤 했다. 나의 일상에도 썸씽 스페셜한 일이 생기하길 바라며 괜한 공상에 빠지기 일쑤였다. 나의 평범한 일상따위는 소설의 소재가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소란한 보통날』을 읽다보니, 소설의 화자는 정말 나보다도 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주인공을 제외한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소설다운 사건들이 발생하기는 한다. 그래서 보통날이라는 말 앞에 '소란한'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을 것이다. 평범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어느 가족의 보통날에 대하여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완료가 아니라 지속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소설이 끝났음에도 끝이 아닌 듯, 내가 덮은 책장 속에서 주인공들은 그런 보통날을 계속 이어가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나역시 소란하지 않은 보통날을 계속 버텨나가고 있다....
같은 보통날인데도 버텨내야하는 것이 소설과 현실의 차이점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