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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읽기를 잘했다. 작가의 책을 국내에 출판된 순서의 역순으로 접하게 되었는데, 두권을 읽고보니 더 읽어야하나 좀 고민이 되었었다. 그러다가 회사의 대출시스템에 의하여 오래전에 신청했던 순서가 드디어 돌아오는 바람에 읽기를 취소할까말까 고민할 틈 없이 손에 책을 잡게 되었다.
소설로는 드물게 책에서 메모하고 싶은 구절도 많이 보이고, 책을 읽어내려가는 순서를 조절하면서도 또 몰입할 수도 있는 책은 흔치 않았는데 이 책이 바로 그 흔치 않던 책이다.
중간중간 자기계발서에서나 나올법한 작가의 인생에 대한 관점이 주인공들의 목소리, 생각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 참 독특하다고도 할 수 있다. 책에서 메모하고 싶은 구절을 많이 만난 것은 소설로는 드물게 내가 좋아하는 자기계발서 성격이 잘 드러나서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찌보면 지루하게 여겨질 정도로 평범한 일상에서 삶을 뒤흔들만치 크게 발생하는 사건들로 구성된 소설. 누구나 한번쯤 꿈꿀만한 꿈의 직업의 실현, 남으로 변신해서 사는 삶, 일탈에 대한 소설이라고 볼수 있겠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항상 남의 삶을 살고 있는 배우들을 동경하는 보통사람들의 구미가 확 당길만한 소재로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기에 좋은 요건을 갖추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되는 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나 영화는 이미 많이 제작되어있는 것 같기도 하다.
왠지 세번이나 다른 사람으로 살게되니 혹여 네번째 삶을 살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게 해준 결말은 어딘가 후반의 긴박한 전개에 비해 허탈한 마음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소설이었다.
나의 일상이 참으로 단조롭고 지루하다고 여기고 있음에도 다시한번 이정도로 평범함에 감사해야할 이유를 주고 있다.
책에서...
p117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중략)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p119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중략)
그 무엇보다 내가 알게 될 진실이 두려웠다.
p375
아이를 잃고도 결혼생활이 지속되려면 부부 금술이 아주 좋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 우리 부부느 그 정도로는 사이가 돈독하지 못했나봐.
(중략)
극복이 안돼 그냥 덮고 사는 거야. 그냥 눈에 안 띄게 밀쳐 둔 거지. 그 일은 나만의 어두운 방이 되었어.내 머릿속 한 곳에 그 어두운 방이 늘 존재하지. 아무리 애써도 없앨 수 없는 방. 영원히 함께할 수 밖에 없는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