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미술관 - 미술이 개인과 사회에 던지는 불편한 질문들
이유리 지음 / 아트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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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한번 미술에 관한 책이다. 미술책은 그 안에서도 분야를 달리해가며 읽고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작품들은 여느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들과는 좀 다르다. 아름다워야할 그림들 대신 독특한 소재와 우울하고 비정상적인 분위기의 그림들만을 모아놓은 것이다. 책의 제목과 동일하게 「검은 미술관」.

 

'불편한 진실', '잔혹한 아름다움', '불평등의 균형' 등등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림과 내용들을 보다보면 이렇게 어울리지 않을 법한 단어들의 어울림을 발견할 수 있다. 아름다워보이는 그림들의 일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거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가 비정상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그림이, 아니 예술이 꼭 아름다워야한다는 규칙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무의식에는 예술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책의 한 구절에 등장하는 가족이란 아무 문제가 없어야한다고 정의해두는 것 처럼 말이다.

 

일전에 가봤던 한 음악회에서 현대음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도통 귀에 편안한 소리라고는 들려주지 않고 거의 소음에 가까운 띵땅소리만 들리길래 너무 재미없어한 기억이 있다. 음악도 역시 부드러운 또는 조화로운 소리를 들려주어야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아름답지 않은 그림이었음에도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사람의 삶이란 위대한 작가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늘상 아름다울수만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 내 삶의 어려움을 투덜거림이라는 수다로 소모해버리는 대신 그림으로 표현하여 위대한 예술을 남긴 작가들이 다시 한번 존경스러워졌다.


 

책에서...

 

p64

1년 후, 10년 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현재의 인생은 끊임없이 반납된다. 오직 미래를 위해서만 살아가는 '현재들'만 있는 삶이, 지금 우리 삶 같다. 인간에겐 유보시킬 행복이란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말이다.

 

p107

오늘날에도 어머니는 가장 평화롭고 자애로운 이미지로 포장되어 있다. 하지마 주위를 둘러보자. 이 땅의 모든 어머니가 성모마리아처럼 모성 그 자체로 살아가고 있는지.

 

p113

누군가에게 족쇄가 되는 고정관념은 폭력이다.

 

p117

"엄마, 아빠가 나한테 해준게 뭐야?"라는 말처럼, 부모는 '보장자산'이며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취하는 몰염치와 이기심은 졸지에 가족으로서의 권리가 된다.

(중략)

부모 역시 자식의 '보험'이다. "내가 널 어떻게 길렀는데" 또는 "내가 널 위해 얼마나 희생하며 살았는데"같은 부모의 말에 자식들은 숨 막혀 죽는다. 그렇게 효도는 '채무'가 되며, 평생 못 갚는 부모의 희생을 자양분 삼아 자식들의 죄의식도 날로 자란다.

 

p123

즉 아픈 이를 돌보며 두렵고 혹은 지쳐가는 가족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슬프지만, 이것이 가족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이다.

(중략)

가족간에 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이었습니까? ... 바로 가족 간에는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p136

문제는 이 교육이 아이를 더 수준 높은 교양인으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이 전쟁같은 삶에서 패배자가 되지 않게 하려는 '방어적 성격'이 크다는 사실이다.

 

p190

한 사람이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많은 사람이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고 했다.

 

p198-199

먹고살기 급급하지 않기에 올바름을 택할 수 있고, 당장 자기 자식들 굶는 모습, 피눈말 나는 것 안볼 수 있으니까 소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중략) 평생 시험에 안 드는 환경에서 끝까지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가 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부자들이 착한 얼굴로 세상을 낙관적으로만 보며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은 이제껏 사회의 어두움을 보지 않고 살아도 됐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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