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초반부는 솔직히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회사의 일들 때문에 며칠을 12시 이전에 집에 들어가지 못한 탓도 있었을 것이다. 아침엔 물에 젖은 솜마냥 무거운 몸을 지하철에 실어 몇장 읽다가 잠들기 일쑤이고, 밤에는 시간이 늦어 지하철을 못타고 연일 택시로 퇴근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책을 몇장 읽다가 덮기를 반복했던 터라 책에서 불과 바로 앞 장에서 작가가 스을쩍 내준 복선과 힌트를 나는 며칠에 걸쳐 읽은 터라 눈치챌수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사실 초반부에 불쾌할 정도로 무례한 중학생의 태도와 바보같은 어른, 기차라는 좁은 공간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어쩔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이인조, 끊임없이 사건에 휘말리는 운나쁜 무당벌레를 보며 사건의 진행은 느리고 답답함이 가시질 않아 소설이 재미있으리라는 기대를 크게 하지 않게 되었으나 기우였다.

 

책의 1/3이 넘는 시점에서 등장인물들이 파악되고, 사건이 급격히 전개되면서 몰입이 시작된다. 그리고 급기야 출근시간에 지하철에서 내려야할 역을 놓쳐 지각을 하기에 이르른다. 책을 읽다가 느낌이 이상해서 고개를 들어보니 이미 내려야할 역을 지나쳐 다음 역의 문이 닫히고 있었다...-.-

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내려야할 역에서 우연히 고개를 들지 않았더라면 역시 지나쳐버렸을거다 싶을 정도로 책은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끔찍한 살인도 무섭지 않게 해주는 소설의 매력은 주인공들의 이름이다. 밀감과 레몬이라는 상큼한 이름을 가진 주인공들이 무시무시한 살인청부업자라니. 복숭아, 나팔꽃과 말벌, 무당벌레 등등 캐릭터의 성격을 나타내면서도 소설을 무겁지 않게 해주는 이름들은 초반에는 어색하지만, 소설의 중반에 몰입도를 높여주는데 한몫을 더한다. 또 왕자는 『모방범』에서 나오는 주인공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사람들에게 경계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외모와 중학생이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건들을 통제하려하고, 발각되지 않는 행운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그렇다.

 

무례하긴 하지만, 사람과 군중의 심리를 이용해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있는지 왕자가 말해주는 이야기는 뻔하면서도 놀랍다. 그러나 이 오만불손하고 불쾌한 중학생도 결코 넘을 수 없는 시간과 인생의 벽 앞에 설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비로서 숙연해지는 느낌이다.

 

단순히 재미있다라는 말로는 아쉬울 정도로 괜찮은 소설이다. 여름 휴가지로 떠나는 열차안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읽으면 더욱 긴장감이 넘칠 듯 하다.

 

책에서 인상깊은 구절을 꼽다보니 전부다 중딩의 말이다... 흐미~

 

 

책에서...

 

p128

인간에게는 자기 정당화가 필요하다. 자기는 옳고, 강하고, 가치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언동이 그런 자기인식과 괴리되었을 때, 그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변명을 찾아낸다.

 

p129

자존심이 있고 자신감이 강할수록 자신을 설득하는 힘은 크게 마련인데, 일단 한번 그렇게 되어버리면 역학 관계는 명확하게 새겨진다.

 

p330

인간은 결국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 행동한다는 거야. 인간은 이성이 아니라 직감으로 행동애. 그러니까 자기 의사로 뭔가를 결단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주위 사람들에게 자극이나 영향을 받는 거지. 나는 독립했다, 오리지널한 존재다, 하고 생각하지만, 그래프를 구성하는 일원에 불과한거야.

 

p565

육십 년이나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 남은 건 대단한 거야. 알았나? 넌 고작해야 십사 년이나 십오 년일 테니까. 앞으로 오십 년을 더 살아남을 자신이 있나? 입으로야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오십 년 동안 병도 안 걸리고 사고나 사건도 안 당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실제로 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