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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주인공 호시노는 엄청난 빚 청산의 문제로 며칠 뒤면 '그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끌려가게 된다. 호시노를 그 버스에 태우려고 온 마유미에게 사귀던 여자들과 이별할 시간을 달라고 한 다음 다섯명의 여자들에게 차례대로 이별을 하는 이야기로 소설은 구성되어있다.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은 책의 말미에 소개되는데, 우편형식의 소설로 모두 5개의 단편이 독자에게 발송되었고, 마지막 이야기를 덧붙여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다섯 여자와의 이별을 받아본 독자들은 그 다음의 이야기가 무척 궁굼했을 것 같다. 유명 작가가 발간되지 않은 소설을 특정인들에게 우편이라는 방법으로 발표했다는 독특함. 작가에게 편지를 받아본 독자들이 얼마나 기뻐했을지 상상이 간다.
책의 말미를 먼저보지 않아서인지, 나에게 이 책의 도입부는 조금 심심하게 다가왔고, 두번째 장이 끝나면서 '마유미'라는 캐릭터는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에서 나오는 '이라부'와 굉장히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뚱뚱한 체구와 주변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 말투가 특히 그랬다. 게다가 엉뚱하면서 호기심이 많다는 점까지 닮아있었다.
「공중그네」는 당시 서울대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소설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기사화 되어서 호기심에 구입해 읽었던 책이다. 의사같지 않은 캐릭터의 이라부에게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라는 소재를 짧은 단편들로 구성된 발랄한 블랙 코미디이다. 「바이바이 블랙버드」역시 주요 인물을 둘러싼 다섯편의 단편속에 마유미가 외모에서부터 풍기는 무게감과 막무가내 발언이 어우러져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어린 호시노가 돌아오지않는 어머니를 하염없이 기다렸다는 마음이 짠한 얘기도 가볍게 넘기는 위트. '그 버스'란 저 먼나라에 인신매매로 팔려가는 것인지, 죽음을 상징하는 또 다른 세계인지 정체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마유미가 심경의 변화를 행동으로 옮기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재미있게 읽었으나 무언가 마음 한구석을 짠하게 만드는 소설.
『인간실격』으로 유명한 다자이 오자무의 소설 「굿바이」와의 연관도까지 단순하지 않은 소설을 즐겁게 만났다.
책에서...
네가 만약 행복하다면 뿔리부터 엉망으로 만들어주지. 혹시 만에 하나, 너한테 소중한 것이 없다면, 우선 너를 결혼시켜 아이를 낳게 하고, 행복한 상태로 만든 다음 그것을 전부 없애버릴 테니까. 어때? 네 행복은 불행의 전 단계일 뿐이야. 내가 네 불행을 전부 설계해놓을 테니까. 나를 화나게 하면 정말 후회하게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