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에도 사람처럼 감정이 있다면, 기쁜일도 있고 슬픈일도 있을까?

책의 서두에 저자가 쓴 글에서 책에 대한 느낌이 확 와닿았다. 화성인이 지구에 있는 모든 책을 읽는다면 도통 지구인들은 사랑만하고 사는가 오해할까 싶어서 우리가 사랑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는 일에 대해 글을 쓰려고 했다는 얘기는 너무 인상적이다.

 

TV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너무너무 애틋한 사랑이 존재하고, 아름다운 불륜이 존재하고 도통 나의 평범한 삶 따위는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하는걸까 자조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드라마나 영화를 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나의 삶을 차지하고 있는 평범한 일상. 회사에서의 업무, 옆자리 동료와의 관계 그리고 소소하지만 즐거운 가족과의 관계 등이 이 책을 통해 얼마든지 더 예쁘게 서술될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된 것같다.

 

책은 작가가 관찰자의 입장에서 열가지 일에 관한 묘사와 느낌을 기술하고 있는데 내가 평소에 접하기 힘든 직업의 세계인 화물선, 로켓과학, 송전공학, 항공산업에서부터 이전의 직장과 너무 관계가 깊은 직업상담 및 물류와 회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담고 있다.

 

직업이 그리고 사물이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감정을 지녔다면 작가처럼 말할까?

일을하면서 사소한 여러가지들이 나에게 의미있게 다가온다면....

너무 복잡한 세계에 대해 넉다운 될까, 아니면 삶에 활기를 느끼게 될까?

 

알랭드보통 이 작가의 책들은 사물을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하는 계기를 얻게해주어 읽으면서 솔솔한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책에서...


P125

에이브러햄 매슬로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것은 보기 드물고 얻기 힘든 심리학적 성과다

 

P133

시먼스의 이야기가 불편했던 것은 그것이 현대 세계의 성취와 관련된 곤혹스럽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피할 수 없는 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P276

현대의 사무실은 수만 명의 직원들이 자기들끼리 제대로 의사소통을 해야만 돌아가는 생각들의 공장이다. 그렇게 돌아가야만 난폭하고 부담스러운 고객들의 요구를 이행할 수 있다. 따라서 같이 죽자는 싸움, 부서끼리 편협하게 정보를 감추는 태도, 불평등한 보수 체계에 대한 독기 어린 불만, 관리자의 칼라에 묻은 비듬, 회사의 보도자료에 담긴 부정사를 쪼갠 표현, 핵심적인 인물과 악수할 때 내미는 끈적끈적한 손에 매우 취약한 존재다.

 

P364

결국 가장 기본적인 생각들을 연결시키는 것도 너무 고된 일이 될 것이라는 사실, 그가 지금 그에게 남아있는 만 개의 하루를 하나하나 헤쳐나가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

 

할일이 있을 때는 죽음을 생각하기가 어렵다. 금기라기 보다는 그냥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긴다. 일은 그 본성상 그 자신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면서 다른 데로는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일은 우리의 원근감을 파괴해버리는데, 우리는 오히려 바로 그 점 때문에 일에 감사한다.

 

P371

왜 일을 기쁨이나 슬픔과 연결시키면 어색해질까? 아마 일이라는 것이 감정, 적어도 기쁨이나 슬픔과 연결시킬 수 있는 깊은 감정을 배제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현대에 먹고사는 것과 관련된 일-특히 현대에 생겨난 일일수록-을 하려면, 기쁨이나 슬픔을 느끼고 있던 사람도 일단 그것을 정리하거나 멈춘 상태에서 일로 진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 것 같다. 따라서 일이나 일터는 감정이 배제된 영역이 되곤 한다. 일의 이런 규율에 맞추어 살다보니, 일터에 있을 때 알던 사람과 일터에서 벗어났을 때 알게 된 사람이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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