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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드
무라카미 류 지음, 이영미 옮김, 하마노 유카 그림 / 문학수첩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연달아 무라카미 류의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에세이에 이어 최근에 나온 소설. 소설치고는 두껍지도 않고, 활자도 크고, 삽화도 있어 책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척이나 짧았다. 읽기에 부담없다고나 할까.
너무 빨리 읽어버리고 나면, 나중에 내가 그 책을 읽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기도 한다. 그럴때 이렇게 책에 대한 느낌을 써두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어느 전자기기의 오래된 지하철 광고 카피인데, 나는 이말을 참 좋아한다. 기억이란 때때로 내 주관이 담겨 왜곡되어 저장되기 때문에, 전혀 주관이 들어가지 않은 기록은 나중에 다시금 생각을 재 정리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이 책은 어떤 부류에 넣어야할 소설일까. 소설을 가장한 자기개발서 쯤? 사람은 저마다 마음속에 방패를 가지고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결정하게 되는데, 소설속의 기지마와 고지마는 서로 상반된 성격을 지니고 있고, 서로 다른 인생경로를 통해 각자가 지닌 방패가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나란 사람의 성격은 소설속의 모범적이나 반항하고 싶어하는 고지마와 닮은 점도 있고, 반항적이지만 바른생활을 원하는 기지마와 닮은 점도 있다. 주로 고지마와 비슷하지만.
나는 정말 고등학교때에 학교, 집, 학원을 오간일 이외에 전혀 탈선(?)을 한적이 없다. 가장 큰 탈선은 학원에 간다고 집을 나서서 학원에 가지 않은 것인데 정말 다섯손가락을 꼽아보려해도 손가락이 남을 정도로 몇번 안된다. 그렇게 모범적으로 보낸 중고등학생시절 대학교만 가면 엄청나게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대학교때 역시 범생이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를 한 우등생도 아니었는데...
지금 내가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마음 속 여린 것은 무엇일까? 더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가.족.이다. 가족을 위해 살고 있고 그래서 직장에서 눈치보며, 욕먹어도 꿋꿋이 버텨내고 있는거라며. 그래서 나와 가치관이 다른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는 회사에서 대체 가정이 없는 것처럼 회사에 올인하는 사람들이 때때로 이해가 안될때가 많다.
책에서도 회사에 들어간 초창기의 기억은 있되, 적당한 지위에 올라 회사가 자신인양 회사생활에 올인했던 기지마가 어느날부터 하루하루가 기억에 안난다는 얘기를 읽을때, 신문에서 자주 등장한 기사가 떠올랐다. 요즈음의 남자들이 회사생활에 올인하다가 어느날 퇴직으로 집에 들어갔을때, 아내도 아이들도 아빠를 외면하거나 심지어는 이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봐왔다. 사실 남자 뿐만 아니라 요즈음에는 맞벌이하는 여자들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명함에 아무것도 쓸 것이 없는 직장인들이, 진짜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이 책을 읽어봐야할 것 같다.
책에서...
그럼 당신은 지금 쉴드가 있어? ... 그 세가지에 공통점이 있나? ...
쉽게 손에 넣을 수 없지
쉴드에는 두 종류가 있지. 자기 안에 있는 것과 밖에 있는거야. ...
내 안에 소중한 것 바로 옆에 찰싹 달라붙듯이 만들어졌지. 회사에서 손에 넣은 쉴드는 거대하고 강력했지만 나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던 거야. 나의 소중하고 부드러운 것을 지켜준 것은 확실하지만, 내 안에는 없었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