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 컴퍼니 스토리콜렉터 3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요즈음은 회사에서 무척 일이 바빠 서평도 좀 몰아서 쓰는 경향이 있을 정도라, 책도 지하철에서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읽기가 좀 힘들다. 아침에 책을 몰입해 읽으면 회사에서 하루종일 눈이 시큰거려 될 수 있으면 아침 지하철에서는 책을 덮고 잠을 청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이 되어버리는거다.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책을 덮고 눈을 감아야하는 지하철 역을 지나쳤음을 알게되고 그쯤되면 끝까지 가보자 하는 심정으로 읽다가 정작 내려야할 역에서는 미리 준비도 못하고 문이 닫힐라 허겁지겁 내리는거다.

 

이 책은 왠지 부모님 세대가 생각나는, 또 우리 세대의 회사문화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나의 삶 전체를 회사에 바쳤더니 남은게 무엇인가 하는 회의감과 과연 내 은퇴 이후의 생활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하는 위기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지금의 내 삶이 주인공만큼 회사에 올인하는 삶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나도 한때,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나름 올인했던 때가 있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 밤이 늦은줄도 모르고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시키고 뿌듯한 마음으로 PC를 끌때나 출근하자마자 꼭 먹어야하는 믹스커피와 맛있는 야식이 흥겨웠던 때가 있다. 몇개월여 동안은 매일 12시가 넘어 퇴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했던 적도 있다.

바빳던 시절 중, 어떤 때에는 힘든줄도 모르고 일을 즐기기도 했던 것 같다. 반면 일이 또는 사람이 싫은데 바쁠때에는 이 순간만 벗어날 수 있다면, 하고 몇날 며칠을 찌푸린 얼굴로 다니기도 했던 것 같다.

 

바쁜 것이 좋다가도 한편으로는 쉴 수만 있다면 하고 바래보기도 하다가, 막상 쉬게 되면 이 책의 주인공들이 주식회사 놀이를 차리기 전에 도서관에서 했던 고민들처럼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재미있게 읽어지면서도 착찹한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 읽었던 같은 출판사의 소설『키켄』역시 재미있게 읽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부러웠다. 「극락컴퍼니」가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미래에 대해 착찹한 마음이 들게 했다면 『키켄』은 즐기지 못했던 나의 과거에 대해 착찹한 마음이 들게 했던 것 같다.

 

내가 만난 출판사 북로드의 소설은 「극락컴퍼니」가 세번째인데 『키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모두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들이었던 것 같다. 유독 나와 궁합이 잘 맞는 출판사가 있는 것일까.

 

책에서... 

 

날이면 날마다 이렇게 도서관에 다니다 보니 아닌게 아니라 지겨워지네요. 딱히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행도 지겹고 골프도 지겨워졌지요. 술도 약해졌고 거시기도 약해졌고요. 취미도 없고 특기도 없어요. 날이면 날마다 독서와 산책, 일기 쓰기. 정말이지 지루해서 못살겠어요. 이런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유유자적한 제2의 인생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 정말이지 참을 수 없어지는군요.

 

이런 인재를 정년퇴직이라는 물리적인 규정만으로 내팽개치고 마니 정년이란 제도는 그 얼마나 낭비란 말인가

 

회사가 힘든 시기라는 건 알고 있다. 이런 불황에 편한 업무란 없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에게만 힘든 업무를 떠맡기는 통에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도맡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인생의 전부였던 회사라는 것을 다시금 시뮬레이션해나가는 과정에서 마침내 어떤 사실을 깨달은 거다.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 일은 우리가 모든 인생을 걸고 해왔던 회사일을 검증하는 작업이기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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