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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시대
장윈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한국 소설가 박범신의 『비즈니스』와 같이 연재된 소설이라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책이다.
하나의 유행처럼 소설이 국경을 넘어 연재되기도 한다. 공지영과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가 『사랑후에 오는 것들』이라는 책을 같이 연재된 것이 있고, 비슷하게는 일본의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냉정과 열정사이』를 각각 연재한 것도 있다.
(공지영의 『사랑후에 오는 것들』을 최근에 읽었는데, 츠지 히토나리의 책을 읽고 같이 독후감써보려고 미뤄두다 보니 결국 「길 위의 시대」에서 먼저 언급하게 된다)
『냉정과 열정사이』에나 『사랑후에 오는 것들』은 남녀가 주인공이고 각각의 시선을 서로 다른 작가가 쓴 것이다. 그래서 「길 위의 시대」도 남녀가 주인공이고 중국과 한국에서 각각 이야기를 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나보다. 아무리 얘기를 읽으면서 뒤적여도 한명의 남자와 여자가 나오지 않아 처음에는 이야기에 잘 몰입이 안되었다. 더군다나 처음 읽어보는 중국의 소설이라 익숙치 않은 지명, 아직도 남아있는 중국의 사회주의적 구조 등이 어색하기도 했다.
사실 90년대에 한참 홍콩의 르르와르영화가 유행할 때, 아무리 심각한 장면이더라도 배우가 입만열면 웃겨서 몰입일 잘 안되던 중국의 그 무엇이 생각나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또 한술 더 뜨자면 삼국지나, 영웅문 등의 소설은 지명은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읽는데 문제가 없었는데 이 소설은 옛날에 한자를 그대로 읽는 식의 번역에서 벗어나 최근의 번역서 답게 중국에서 발음하는 그대로 지명이나 이름을 쓴 것이 많아 글만 읽어도 영화에서 중국 배우가 발음하는 듯하는 높낮이가 느껴졌다는 거...
분명 책을 쓴 작가는 여자인데, 중국의 국적이라서 그런가... 일본책에 비해서는 문체가 상당히 건조하다. 서정적인 느낌도 덜하고, 왠지 중국의 광활한 사막이 연상된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넓고, 건조하고, 텅빈 듯한 느낌.
그런데 메마른 듯한 소설도 상당히 세밀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 이런 맛이었구나.
다만 사건은 그냥 사건으로 끝나야할 뿐 그것이 뭔가 나중에 연결고리를 가지면 정말 소설스럽다는 느낌이 든다는거다. 현실에서는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어떤 우연이라는 요소들이 소설, 드라마 등에 마구 등장하는 그 구조를 굳이 소설이 마지막에 등장시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끝까지 읽고나니 박범신 작가님은 또 어떻게 소설을 쓰셨을까 더욱 궁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