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이사가면서 준 구피.🐠이 구피로 말할 것 같으면 장독 뚜껑에 산다. 항아리는 숨을 쉰다고 하던데 진짜다. 정화장치가 필요없다. 처음 구피를 키울 때는 언니의 말대로 물을 받아 하루 이틀 정도 둔 다음 그 물을 주곤 했었다. 새끼도 많이 낳아서 몇 마리를 낳는지 세다가 너무 많이 낳아 세기를 포기하고 구피는 새끼를 정말 많이 낳는구나 결론내렸다.세종으로 이사올때도 구피를 가져왔다. 언니가 준 구피가 새끼를 낳고 큰 물고기가 되어 또 새끼를 낳고... 낳고 낳고 낳고.그렇게 우리와 산지 약 10년 된 구피다. 이제 남은 구피는 두마리.정화장치가 없어도 항아리를 잘 씻어줘야 하는데 물은 매번 바닥을 보일 때야 물을 보충해주었으며 먹이와 물고기똥이 한데 어우려져 지저분하고 장독 가장자리에 하얀색 얼룩까지 생겼다. 씻어야지 씻어야지 생각만 했다. 생각뿐이었다. 📚변덕 마녀의 수상한 죽 가게📖"나는 생명력이 강해서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아도, 빛을 받지 않아도 어지간해서 살아남아. 어떤 척박한 환경에서도. 그런데 너는 나를 잊은 듯 창가에 올려두곤 몇 달이고 물을 주지 않았어. 커튼을 닫아놓고 볕도 가렸지."번아웃에 걸린 마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화분 속 마블스킨이 마녀에게 한 말이예요.나는 마녀처럼 번아웃이 온 것도 아닌데 왜 이러고 있었지? 마블스킨이 한 말은 꼭 우리집 구피가 하는 말 같았어요. "항아리가 살아 숨쉰다 해도 나도 깨끗한 물에서 살고 싶어. 그런데 너는 나를 잊은 듯 몇달이고 물을 갈아주지 않았어. 이제 밥도 잘 주지 않고 말이야."책을 덮고 가만 있다가 무거운 장독어항을 들고 가 물고기를 옮겨 놓고 바득바득 자갈을 여러번 씻고 깨끗한 물을 담아 물고기를 넣었어요.지저분한 물은 버리고 깨끗한 물을 담을 수 있게 한 아주 강력한 책 속 글귀였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잠만 자고 싶고 내가 하는 일은 뭐지?나처럼 더이상 이곳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이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알아요. 허나, 힘을 내 읽어본 책 속 글귀에서 조금이라도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그리고 행동으로 옮겼다면 그것만으로 된 거 아닐까요?그게 시작인거니까. 그렇게 움직이면 되는 거니까요. 깨끗한 물에서 놀고 있는 있는 두 마리의 구피가 이제야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우리를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맙다고요. 🐠🐠📖토닭토닭,오늘도 죽 쑤는 하루지만 함께 살아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