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 마녀의 수상한 죽 가게 - 다 타버린 마음을 끌어안고 사는 당신에게
나우주 지음 / 김영사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니가 이사가면서 준 구피.🐠
이 구피로 말할 것 같으면 장독 뚜껑에 산다.
항아리는 숨을 쉰다고 하던데 진짜다.
정화장치가 필요없다.
처음 구피를 키울 때는 언니의 말대로 물을 받아
하루 이틀 정도 둔 다음 그 물을 주곤 했었다.
새끼도 많이 낳아서 몇 마리를 낳는지 세다가 너무 많이 낳아 세기를 포기하고 구피는 새끼를 정말 많이 낳는구나 결론내렸다.
세종으로 이사올때도 구피를 가져왔다.
언니가 준 구피가 새끼를 낳고 큰 물고기가 되어 또 새끼를 낳고... 낳고 낳고 낳고.
그렇게 우리와 산지 약 10년 된 구피다.

이제 남은 구피는 두마리.
정화장치가 없어도 항아리를 잘 씻어줘야 하는데
물은 매번 바닥을 보일 때야 물을 보충해주었으며 먹이와 물고기똥이 한데 어우려져 지저분하고
장독 가장자리에 하얀색 얼룩까지 생겼다.
씻어야지 씻어야지 생각만 했다.
생각뿐이었다.

📚변덕 마녀의 수상한 죽 가게

📖
"나는 생명력이 강해서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아도, 빛을 받지 않아도 어지간해서 살아남아.
어떤 척박한 환경에서도. 그런데 너는 나를 잊은 듯 창가에 올려두곤 몇 달이고 물을 주지 않았어.
커튼을 닫아놓고 볕도 가렸지."

번아웃에 걸린 마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화분 속 마블스킨이 마녀에게 한 말이예요.

나는 마녀처럼 번아웃이 온 것도 아닌데
왜 이러고 있었지?

마블스킨이 한 말은 꼭
우리집 구피가 하는 말 같았어요.
"항아리가 살아 숨쉰다 해도 나도 깨끗한 물에서 살고 싶어. 그런데 너는 나를 잊은 듯 몇달이고 물을 갈아주지 않았어. 이제 밥도 잘 주지 않고 말이야."

책을 덮고 가만 있다가 무거운 장독어항을 들고 가 물고기를 옮겨 놓고 바득바득 자갈을 여러번 씻고 깨끗한 물을 담아 물고기를 넣었어요.

지저분한 물은 버리고 깨끗한 물을 담을 수 있게 한 아주 강력한 책 속 글귀였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잠만 자고 싶고
내가 하는 일은 뭐지?
나처럼 더이상 이곳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이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알아요.
허나, 힘을 내 읽어본 책 속 글귀에서 조금이라도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그리고 행동으로 옮겼다면 그것만으로 된 거 아닐까요?
그게 시작인거니까.
그렇게 움직이면 되는 거니까요.

깨끗한 물에서 놀고 있는 있는 두 마리의 구피가 이제야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우리를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맙다고요. 🐠🐠

📖
토닭토닭,
오늘도 죽 쑤는 하루지만 함께 살아냅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