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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베토벤 : 교향곡 5, 6번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샤이 (Riccardo Chaill / Decca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Riccardo Chailly
conducts Beethoven
처음에 들었을 때는 '어? 이게 뭐지?' 하는 당혹감이 들었다. 일단 지나치게 짧고 빠르게 연주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잘 알려진 곡이니 대충대충 하자는 식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지휘자는 리카르도 샤이, 현 시대 최고의 지휘자 중 한 사람인데 그럴 리는 없고... 이런 운명교향곡(베토벤 교향곡 제5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말 그대로 당혹감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1악장~4악장) 다시 집중해서 들어보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적중했다!
전체적인 속도가 빠른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는데, 있어야 할 음과 구성은 오히려 훨씬 짜임새 있게 들렸다. 아니 오히려 관악기나 타악기의 꾸밈은 훨씬 풍부하다. 그러면서도 기존에 연주되었던 다른 많은 운명교향곡에 비해 적게는 2분, 많게는 5분 정도 짧다. 그러나 이 '길이'는 오히려 내 오해를 확실하게 깨 주었던 팩트에 불과했다. 10분 이상을 짧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별 네개 반 정도는 줄 수 있는 녹음이며, 적어도 우리 시대(2010년대)를 대표할 만한 베토벤 교향곡 연주임에는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리카르도 샤이에게 경의를!
전세계 대다수 사람들 중에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리고 한편으로 그 운명교향곡의 4개 악장을 다 들어본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 사실 그렇게 심각한 시작을 통해 절대고독이나 심연 깊숙한 고뇌를 표현하고 있는 듯하지만 마지막 악장에 이르면 가장 위대한 피날레를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마침내 운명처럼 대면한 고독과 고뇌에 승리한 자의 환희를 간직한 교향곡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어쨌거나 운명교향곡은 그와 같은 강렬한 인상으로 온 세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실제로는 잘 알려지게 되었고 잘 알려질 수밖에 없는 곡이 되었다. 이른바 첫 서두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네 음, '빠바바밤~ 빠바바밤~' 하는 바로 그것 말이다. 이 운명교향곡의 서주(서두에 진행되는 연주)는 교향곡 사상 가장 강렬한 임팩트를 지녔고 사람의 뇌리에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길 만한 음악이므로 인간이 만든 음악 중에서도 높은 위치를 차지할 만한 곡이며, 그 지위를 아마도 영원히 지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베토벤 운명교향곡은 뛰어난, 혹은 위대한 서구 지휘자들이 필수적으로 지나가는 코스로 자리매김하였다. 지난 20세기에 연주/녹음된 최고의 베토벤 '운명' 가운데 다섯 가지만 꼽아보라면 나는,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빈 필하모닉의 1976년 연주를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고자 한다. 서주의 빠바바밤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비트와 빠르기와 정확도, 그리고 선명함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전 악장의 음질과 악기구도 및 음량배분 등 2012년 현재에도 따라가지 못할 최고의 작품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클래식 음반 판매량 중에서도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1969년에 라이브 녹음된 조지 셀과 빈 필하모닉, 1976년 칼뵘과 빈 필하모닉, 1984년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닉, 그리고 1947년에 연주된 푸르트벵글러와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를 꼽고 싶다. 어디까지나 나의 견해일 뿐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다섯 가지의 음반 및 녹음은 이 시대 최고의 베토벤 운명교향곡이 될 것이다. 이 음반, 리카르도 샤이의 녹음은 아쉽지만 1-2위를 다투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베토벤 운명교향곡의 백미는 역시 육중하고도 강렬한 무게감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말이다. 빠바바밤~은 어쨌거나 속도를 빨리 하여 연주하든 늦추든 간에 무게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