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 - 미국 수정헌법 1조의 역사
앤서니 루이스 지음, 박지웅.이지은 옮김 / 간장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군대에 있을 때 불온서적이라 불리던 것들이 있었다. 군 간부들은 장병들이 반입하는 책들에 대하여 일종의 등록을 요구하였고, 불온하다고 여겨지는 책에 대한 반입을 제한하였다. 나는 그러한 조치들에 대해 분노했지만, 곧 그러한 분노는 병 특유의 체념으로 전환되어, 이 이상한 나라에서 탈출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전역만이 살길'을 되뇌일 때, 몇 명의 의식 있는 법무관들이 불온서적을 지정하는 군의 행동에 대해 헌법소원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용기있는 행동은 파면이라는 불합리한 결과로 이어졌다.  

  그 이상한 나라에서 탈출한 이후, 나는 이 사건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하지만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라는 책의 번역자로서 참여한 박지웅씨의 이름을 보면서 다시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당시 헌법소원을 준비하던 군 법무관 중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가 이 책의 번역자로서 참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표현의 자유, 아니 사상의 자유마저 허락되지 않는 군의 억압적인 조치, 그리고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보면서 그는 표현의 자유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에 관한 앤서니 루이스의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미국의 대법관들 역시 처음부터 수정헌법 제1조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에 이는 단지 언론의 사전 규제를 막는 데 국한될 뿐이었다. 하지만 대법관들의 결단과 이를 지탱해준 시민사회의 용기는 차츰 제 1조의 해석을 변화시켜나갔다. 이후 그들은 고의적이지 않은 허위적 진실마저 "진실을 위한 검색엔진"으로서 포용했으며, 표현의 자유를 궁극의 선에 도달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인정하였다. 공적인물과 쟁점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은 민주사회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하지만 앤서니 루이스의 책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의문점들 역시 던져주고 있다. 특히 언론의 면책특권은  무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는가, 혹은 공적 개인에 대한 사생활의 침해가 허용되는 기준은 무엇인가, 공적 개인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이는 다시 큰 질문으로 수렴된다.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지점은 어디인가.  나는 그것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익과 공익의 저울질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대답은 공익의 정의에 대한 주관적인 정의로 인해 다시 권력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여지가 분명히 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시민사회의 철저한 감시와 법원의 용기 있는 결단일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본다. 군의 불온서적 지정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만큼의 공익을 가지고 있는가? 불온서적은 그 서적을 읽는 장병들로 하여금 국가를 전복하도록 책동할만한 임박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가? 나로서는 어떻게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http://minbyun.org/blog/422  민변 블로그에 실린 박지웅씨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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