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년 전 중국의 일상을 거닐다
카키누마 요헤이 지음, 이원천 옮김 / 사계절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서론


처음 서평을 신청하게 된 계기는 내가 화폐경제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고대 중국 화폐를 전공하여 관련 서적을 많이 출판했기 때문에 이를 자세하게 소개해주지 않을까 싶어 구미가 당겼다. 그러나 막상 책을 열어보니 화폐 관련된 내용은 한장반 남짓이었다. 책의 주된 배경인 진한시대에 통용된 주화는 오수전과 반량전이었다는 내용과 실세가격, 평가, 고정관가 같은 다중가격 체계의 소개가 다여서 많이 아쉬웠다.


2. 책에 대한 평가


그러나 저자는 이천년전 중국의 일상 '전체'를 매우 충실하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 본인이 고대 로마인의 24시 라는 일상사 저술에 강한 영향을 받아서 책을 내놓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책의 내용도 하루 24시간에 따라서 각 시간대와 연관된 일상사를 풀어내고 있다. 순서대로 새벽의 풍경, 양치질하고 머리를 빗다(아침), 몸단장을 하다(의복), 아침 식사를 하다(식사), 마을과 도시를 걷다(도시구조), 관청으로 가다(행정), 시장에서 쇼핑을 즐기다(경제), 농사일의 풍경(농경), 연애, 결혼, 육아(결혼), 연회에서 술에 취하다(음주), 희비가 교차하는 환락가(성애), 가까운 사람들 사이의 유대와 다툼(가정생활), 취침 준비(저녁)을 다루고 있고, 각 내용은 미시사적 고찰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놀라게 되는데, 저자의 집요한 주석은 거의 모든 문장에 달려있다. 사실 정치사를 위주로 서술된 각종 문헌들을 일상사의 시각에서 재구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진한시기의 문헌이 부족하면 선진에서 남북조에 이르는 시기까지 좀더 넓은 범위의 문헌을 전거삼아 논하지만, 어쨌든 서술 하나하나가 다 근거가 있으니 그 상세함이 놀랄만하다.


예를 들어 연회와 관련된 일상사를 서술하면서 술자리 규칙은 매우 엄격해서 이를 어기고 "술에 취해 자리를 떠나려는 사람을 보자마자 뒤쫓아 가더니 칼로 베어 죽여버렸다"(p.259)는 말이 나와 찾아보니 이는 朱虛侯의 일화로 전한시대 여태후가 국정을 농단할 때 그 친척이 방자하게 굴자 유씨 황족이 이를 술자리를 핑계삼아 이를 벌한 이야기를 근거로 삼아 말한 것이었다. 정치사의 일화에서 연회와 관련된 일단을 찾아내는 이런 종류의 서술이 책에 그득하다. 책의 대강이 이러한 서술의 연속이고 추측이나 개인적인 감상인 부분은 이를 밝혀두고 있어, 책의 내용을 믿고 보아도 좋을 뿐더러 새로운 시각, 다른 각도의 해석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쉽다.


또한 고고학적 자료의 활용이 매우 다양하다. 진한시기 유물이 넘쳐나는 것은 아니지만 복식이나 생활유물에 있어서 새롭게 발굴된 자료들이 많은데 이러한 자료들을 풍부하게 도판으로 활용하여 당시의 구체적인 모습을 상상하기에 아주 좋다.


조명의 세기를 조정할 수 있는 장신궁등, 당시의 가발, 하수도와 화장실 유적 등의 도판은 과거를 현재와 비교하고 이해하는데 훌륭한 교재가 된다. 다만 도판이 크지는 않다.


아쉬운 점은 일상사 중에서도 미시사에 해당하는 내용을 자세히 다루다보니 군대, 관직, 조세 등의 이야기는 달리 등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은 다른 책에서도 다루어지기는 하지만, 일상사적 시각이 가미된 해석은 아니니 만큼 다루어도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기록이 빈약한 일상사를 다루기 때문에 과거의 수세기를 다루면서도 그간의 변화상은 서술하지 못한다. 사실 전한~후한까지만 해도 약 4세기나 되는 만큼 전한초와 후한말은 상당히 다른 일상생활을 경험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일단 사소하다고 전제하고 동질화하여 서술하였다. 이는 자료의 부족에서 비롯된 한계이기는 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대군사 사마의나 모의천하 같은 중국역사드라마를 보면서, 삼국지나 초한지와 같은 고전소설을 보면서 당시의 일상사에 궁금한 점이 있던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3. 별점 및 한줄 평

5점 디테일에 있는 악마를 놓치지 않은 가벼운 일상생활 입문서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21865)에 응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