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의 스파이 전쟁
홍윤표 지음 / 렛츠북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1911년 중국의 마지막 제국이 멸망하고 각지의 군벌들이 발흥할 때만해도 스파이라는 개념은 지나치게 근대적으로 비춰졌을지도 모른다. 경제적인 동기가 아닌 사회문화적 동기에서 이념에 충실한 동조자들이 정보를 유출한다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힘이 강력해진 근대 이전에는 잘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시작부터 다윗의 입장에 서있었기 때문에 정규전으로는 도저히 성장할 수 없었다. 책에서도 말하듯 좌경 맹동주의자들의 노선은 중국공산당에 해가 되었으면 해가 되었지,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1927년에서 1949년은 중국공산당이 국민당을 제끼고 중국대륙을 집어삼키는 변혁기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공산당의 비밀조직은 국민당 조직은 안에서부터 갉아먹고 있었다.



처음 공산당에 포섭된 사람들은 사회주의적 사상에 흥미를 가진 신지식인들이었다. 그들은 군벌시대의 부패한 정부를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했고, 국민당 또한 지나치게 관료적이고 부패했다고 속단했다. 그리고 스스로 공산당을 돕는 길을 택했다. 장군, 참모, 비서, 사업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의 스파이들이 공산당에 포섭되어 국민당에 잠입했었다는 사실로부터 남베트남을 연상하는 건 그리 멀리 떨어진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책을 곰곰히 곱씹어 볼수록 이러한 생각에는 비약이 있다는 결론에 도다르게 된다. 장개석은 왜 패하였는가라는 이스트먼의 책을 빌어서 이야기 하자면, 공산당이 잘했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 아니라 국민당이 못했기 때문에 패배한 것이다. 그것은 근대화라는 너무나도 막중한 임무를 항일전쟁과 병행했어야 한다는 국민당의 시대적 과업이 국민당에 견딜 수 없는 하중을 주었기 때문에 일어난 참사였다.



스파이가 정보를 캐내어 중국공산당에 넘겼다고 한들, 국민당과 중국공산당의 수적인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중국공산당은 고작 정보를 탐지해서 미리 도망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도 였던 것이다. 두 차례의 국공합작은 일본의 덕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오죽했으면 모택동은 일본이야말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의 1등 공신이라는 말을 남겼을까. 역사는 몇몇 스파이에 의해서 비가역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거대한 조류에 미치는 영향에 불과하다.



분명 흥미로운 인물들과 중국근대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얽혀있고, 대립, 진립부, 주은래 등 역사의 주인공들을 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특히 국민당 방첩조직의 2인자가 중국공산당의 첩자였다는 사실을 볼 때는 이러니 국민당이 망했지라는 생각과 더불어 드라마 위장자와 같은 이야기가 단순한 창작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놀랐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이러한 일화들에서 찾기보다 중국공산당이 1949년 이후에 진행해온 공작이 그 전보다 더욱 치밀해졌을지언정 덜 치밀해지지는 않았으리라는 점을 상기할 수 있다는 것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9453)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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