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의 교환 - 몽골 제국과 세계화의 시작
티모시 메이 지음, 권용철 옮김 / 사계절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한줄로 평가한다면 몽골역사에 대한 서구학계의 연구사를 총괄하여 볼 수 있는 좋은 개론서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전문역자가 작업을 한 덕분에 책에서 크게 오해할 만한 오역도 찾아볼 수 없어 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 책은 서장을 포함하여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3달 정도에 나눠서 진행되는 대학교 수업을 생각하면 저자는 이 책을 일종의 교안으로 작성하였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로 각 장의 분량과 내용들은 한 시수 정도로 잘 짜여져 있다.


서장은 몽골사에 대한 연구사적 전개를 요약하여 저술하고 있다. 이미 2012년 출간 당시의 약사이니 지금 최신의 학계 동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한자문화권의 사료를 주로 접하고 있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서양에서는 어떤 사료들을 보고 연구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1~3장은 몽골제국에 대한 정치적 연대기를 요약하여 다루고 있다. 칭기스칸에서부터 그 직계 후손들, 나아가 몽골제국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수많은 이후-국가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이러한 연대기적 서술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적당한 수준의 분량으로 몽골제국의 정치적 전개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시공간적 광범위함에서 오는 압박을 상당히 덜어내고 있다.


4장은 무역, 5장은 전쟁사적 영향, 6장은 행정, 7장은 종교, 8장은 유례없던 흑사병의 유행과 관련된 논의, 9장은 인구사적 변화, 10장은 문화교류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각 장들의 충실성은 논외로 하고, 구대륙과 신대륙 사이에서 있엇던 콜럼부스의 교환에 비견할 만한 구대륙 내에서의 칭기스의 교환이 세계사에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 저자가 다루고자 한 주제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그 나름의 이유도 충실하다. 각 주제들이 포괄하고 있는 영역들은 전사회적이며, 각각의 부분에서 어떠한 변화들이 동반되었는지도 이해하기 쉽게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경제적 교역과 그에 수반된 문화교류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피상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아쉽다. 분량상의 제약과 더불어 저자가 접할 수 있었던 사료의 언어적 한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제목인 칭기스의 교환이 주는 울림에 비해서 정작 교환의 내용이 지나치게 요약되어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그럼에도 저자의 서술이 매우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콜럼부스의 교환에 따른 신세계와 구세계의 교환은 결과적으로 신세계의 정치체제의 완전한 파괴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칭기스의 교환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가장 하부 단위의 측면에서 본다면, 몽골 지배하의 아르메니아와 만주에서 일어난 일들은 같지 않았다. 몽골 정부가 본래부터 유연하여 문화적, 지역적 차이를 수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p.254) 범아시아적 상부구조를 설치하면서도 몽골제국은 제국적인 획일화된 행정체제는 수립하지 못했다. 각 지역적 자치성의 위에 상부구조물을 설치했을 뿐이었다. 이러한 정치적 통합의 결과, 정복이 빨랐던 만큼 그 하부구조는 유지되었다. 그렇다고 칭기스의 정복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상부구조에 따라 하부구조 또한 재편되었으며, 지역적인 한계를 넘어서 여러 새로운 정치적 구조물들이 옮겨 다녔다. 군사조직, 칭기스의 혈통에 기반한 정치적 정당성, 효율적인 무역관리체계들은 칭기스칸과 그 후예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오랜 시간 영향을 미쳤다. 그것들이야말로 진정한 칭기스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한가지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주제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그것은 칭기스칸의 파괴가 가져온 환경사적 영향에 대한 것이다. 질병-인구의 측면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은 분명 유의미하지만, 칭키스칸의 정복이 함축하고 있는 중세 환경사적 영향력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부분이 소략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5304)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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