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콘크리트 속 빛나는 기억과 감정.일상 속에 흔하게 들어온 지명들이 감각적으로 재해석되어 도시의 풍경 속 개인의 서사로 엮어냈다. 총 다섯 개의 장속에는 존재의 고독, 관계의 결핍, 기억의 층위 등 섬세하게 풀어낸 글들로 수록되어 있으며,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에게 낯설지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책이다.서울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바라보는 서울의 밤과 서울살이의 꿈과 기대로 나름대로 열심히 적응하며 살았던 십여 년 전의 내가 본 서울의 밤은 비슷하게 회색인 것 같다. 미치도록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사무치게 고독하고 외로웠던 그때의 우리는 같은 밤을 바라보며 살았나 보다. 빌딩 숲 사이에서 피어나는 네온사인들을 지나 어둡고 좁은 골목을 들어가면 적막감에 몸서리쳤던 그날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예쁜 문체로 잘 정리되어 책으로 나온 것 같다. 작가의 섬세한 감성 표현과 따뜻한 위로는 읽는 내내 힘든 하루를 정리하는 나를 다독여준다.여전히 정착하지 못한 불안함과 외로움에 살아가고 있지만 오늘 나의 밤은 빛난다. 시처럼 시작하지만 사적인 고백이 되어버린 이 책과 함께 잘 지내고 있다고 나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지친 나를 많이 다독여줄 수 있어 진심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