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상상력과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가 도노 가이토의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첫 작품이다.완화의료 병동 간호사 구라타는 직업의식이 뚜렷하여 겉으로 보기엔 무던하고 무미건조해 보일 정도로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환자를 대할 때는 누구보다 정중하며 섬세하다. 암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보살펴주는 완화의료 병동에서 완치가 불가한 환자들의 삶을 정중한 자세로 대하는 구라타를 보며 차갑고 낯선 병동의 이미지는 온기로 가득 찬다. 고요한 일상의 병동에서 유령에 대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하고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스토리가 펼쳐진다.이야기의 전체를 섬세하게 구성한 저자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소설로 묵직한 울림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 그것은 누구에게나 선명한 슬픔일 것이다. 죽음을 통해 겪게 되는 상실감과 떠난 이가 얼마나 소중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삶을 배웠다고도 할 수 있겠다.죽음이라는 끝을 향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 또한 우리가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데에 꼭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상실을 마주할 용기를 갖고 내 삶을 돌아볼 줄 아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