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와 빵칼
청예 지음 / 허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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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와 빵칼] : 청예

자유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도발적인 이야기
SF x 미스터리 x 리얼리즘을 훌륭하게 버무린 서사의 향연

2년 만에 〈제9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단편 우수상, 〈제4회 컴투스 글로벌 콘텐츠문학상〉 최우수상, 〈제1회, 제2회 K-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2023년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까지, 초단기간 내에 연달아 문학상을 수상한 청예 작가.포근한 로맨스 소설부터 미래 기담 SF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청예는 이윽고 본인 내면에 있는 질척하고 순수한 검은 감정을 내보이며 독자를 찾았다.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용기를 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썼다. 그렇기에 강렬한 소설 『오렌지와 빵칼』이 허블에서 출간됐다.

“나는 너를 존중할 수 있다. 단 네가 나를 존중할 때만.”

27세 유치원 교사인 영아는 잘 웃고 배려하고 참는게 장점인 인물이다. 주변의 갈등을 피하려고 억지로 웃으며 사과하는게 익숙한 사람. 그녀는 스스로의 감정, 욕망을 통제하며 상대방의 가치관을 동경하고 존중하며 살아간다. 결국 영아에게 우울과 무기력이 찾아오고 웃는 법과 살아있다는 감각을 잃어버린다.

“마음이 힘들면 상담을 받아보는 게 어때?”

주변의 걱정과 추천으로 심리치료를 받게 되는 영아는 뇌 시술을 연구하는 '서향의학연구센터'에서 4주간 효과가 지속되는 정저조절 시술을 받게 되고, 그동안 눌러왔던 욕망, 분노, 억울함이 폭발하며 통제력을 완전히 잃게된다. 그동안 속에만 담아놓았던 욕설을 내뱉고, 그 동안 자신을 '선한 사람'으로 만들어 온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묵은 감정을 모두 쏟아붓기 시작한다. 나쁜 사람이 된 것같은 자책감, 강렬한 해방감이 주는 달콤함. 두가지 감정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영아는 시술의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다시 '서향의학연구센터'를 찾아간다.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영아를 보며 자신의 의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살아가는게 과연 맞는 것일까 고민하게 된다. 한편 영아같은 사람이 옆에서 무한 배려받는 입장이라면 어쩌면 편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영아는 진심으로 배려하고 상대방을 위하는게 아니었다. 단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영아 주변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고 그녀의 생각과 의견을 짓밟아 관계에서의 우위를 선점했다.

빵칼은 오렌지를 썰 수 없지만 쑤실 수는 있다. 푹.
어디에나 있는 속이 문드러진 사람들의 자유를 꿈꾸는 도발적인 이야기.

사회와 관계를 위해 우리가 가져야할 태도는 어떤 것인가.
우리는 통제와 자유 속 숨겨진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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