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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평점 :
[영원한 저녁의 여인들] : 서윤빈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서윤빈의 첫 장편소설
100년의 기억을 가진 트랜스휴먼들의 짧은 러브 스토리
“존재통에 관한 환상적이고 더없이 지적인 이야기” _문보영(시인)
2022년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에서밖에 나올 수 없는 SF”(김보영)라는 심사평을 받았던 서윤빈이 첫 장편소설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래빗홀, 2024)을 출간한다.
기술의 발달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자신만의 청사진을 내놓았던 작가는 이번에는 긴 호흡으로 트랜스휴먼들의 러브 스토리를 선보인다. 기술의 발전 덕택에 생명과 젊음을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 세계, 젊음마저 충전 가능한 자본으로 취급하는 작품 속 미래상은 놀라울 만큼 정교하고 현실적이다. 작가는 이 참혹한 세계 속에서 연결되고 사랑하는 인간들을 통해 “‘사랑보다는 생존이 먼저인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의심 없이 사랑할 것인가?”(문보영) 묻고, 또 이에 대한 작가의 낭만적 특장이 돋보이는 해답을 제시한다.
심장 임플란트 1년 플랜: 105억 원
정교하고 현실적인 의료 디스토피아
배경은 이론적으로 영생이 가능해진 미래다. 장기를 임플란트로 대체하고 새 피부를 얻어 젊고 건강한 신체를 유지한다. 유지비용은 개인의 나이와 건강에 따라 달라지며 특정 시점에 이르면 천문학적으러 불어난다. 국가가 개인에게 건강점수를 부과하여 비용이 결정되며, 감당할 만큼 충분히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은 임플란트 구독 종료로 인해 죽음을 맞아야 하는 것이다.
유온은 임플란트 장기유지 비용때문에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마지막 연인이 되어주고, 죽으면 유산을 얻어내는 일, 가애라는 방식으로 삶을 연장하고 있다. 직업적 냉정함을 유지해 온 유온이 성아를 만나면서 뜻밖의 감정을 느끼고, 유온에게 이 감정은 치명적인 장애물이 된다.
나는 그녀의 눈동자에 녹색이 살짝 섞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성운이 별빛을 머금었다가 내보내듯 한 시절을 지나온 눈이었다. 나는 내가 지금의 나에 관해서는 단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 258)
개인 신체마저 자기관리와 노력으로 치부하는 망가진 세계속에서 고요한 디스토피아를 구현한 이 소설은 가장 낭만적인 방식으로 인간성 회복을 보여준다. 작가의 세계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인간에 대한 믿음과 긍정을 통해 자신만의 미래상을 완성시키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과학소설의 가능성을 선보인다.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게 되었고,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을 빼앗긴 인간들에게 마지막으로 사랑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