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
다니엘 키스 지음, 김인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1.
아이큐 70짜리 바보에서 180의 천재가 된 찰리의 기록.

2.
심리학적, 생리학적, 정신분석학적으로 인간의 두뇌는 큰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베르베르도 <뇌>에서 뇌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라는 소재로 소설을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3.
서술 방식이 독특한 것이 하나의 재미이다. 찰리의 실험 보고서 형식으로 되어있다. 바보였을때는 문법이 엉망이다. 단어도 조야한 수준이다. 그러다 점점 엄청 똑똑해진다. 그러다 다시 단어수준이 유아 수준이 되기 시작하며 문법을 틀리기 시작할때 눈물샘을 자극한다.

4.
눈부신 지적성장은 인간의 도덕적인 발전과는 별개의 것이었다. 찰리는 불과 두 달여 남짓 만에 지식은 충만해지지만 그것이 사람에 대한 이해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학문적으로도 이론이 항상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행동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 것들도 많다. 지식이란 무엇인가? 세상을 투명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지식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지식이 접근할 수 없는 상아탑 위에 고루히 앉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천재는 슬픔을 짐으로 안고 살아간다.

5.
내가 아주 뛰어난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다. 난 하지 않아서일뿐 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사실 이 생각은 아직도 변함 없다). 세상의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는 거지. 패배의식이란 걸 적으로 알았다. 난 항상 고귀한 무언가를 향해 달려야 하는 존재였다. 인간 개체 하나로서 상징자본을 획득하고 싶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말이다. 물론 엄청난 경쟁이 있겠지만 스스로 부딫혀 뚫고 나가 과정에서 겪는 고통을 스스로 쾌락이라 믿으며 벗어나고 끝내 승리의 깃발을 꼿기. 그리고 그 성취감으로 살아가기.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방점을 찍어나가자. 이미 찍어놓은 대학.이젠 학점. 토익. 그 다음엔 취직. 결혼.... 모든 것에서 사람들이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축복해주는 그림을 그렸고, 그렇게 될거라 믿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그럴 수 있다는 확신을 주셨고, 내가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시켜 주셨다. 사랑이라는 말은 혼자로는 성립하지 않는 말이다. 즉 아무리 혼자 잘나서 사랑을 받진 못한다.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할때 사랑이란 단어에선 향기가 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천재적이지 않다면 사랑이란 단어는 나에게서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내가 이겨내지 못한다면.

6.
찰리는 몰랐을 때 더 행복했다. 그는 빵가게 친구들이 자신을 농락하고 있는지 모르고 그들이 자신을 보고 웃는 것을 기뻐했다. 그러다 지능이 발전하며 그들이 자신을 농락했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처절한 굴욕감과 안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느낀다. 찰리는 이미 학계에서 인정받고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인정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가 천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회상하여 알게되는 유아기의 경험들. 다분히 정신분석학적인 유아기 경험들. 그것들을 그는 그가 천재가 됨으로서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나를 사랑해 주겠지. 엄마는 항상 내가 똑똑하길 바랬으니까.

7.
찰리는 불행한 삶을 살지 않았다. 남들이 우러르는 사람이 되었을때도 행복은 여전히 그의 곁에 있었고, 바보였을 때도 행복은 그의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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