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성적인 금기가 없는 어느 부족은 사춘기 현상이 없다고 한다. 사춘기 현상은 자연적인 상태에서 자연히 갖게 되는 복합적인 감정들을 인위적으로 억제했기에 생기는 것 같다. 성적인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되는 것이고, 우린 이외에도 도덕과 질서의 명목 하에 많은 자연적 욕구들을 억압당한다. 학교는 사회화를 통한 성원육성이라는 명목 하에 수많은 금기를 적용하고, 그것에 인간을 길들여놓는 곳이기도 하다.

이 책이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 듯 싶다. 존레논의 암살범이 살해 순간 들고 있었다고 한다. 책을 읽고 억압된 감정을 분출해야 한다라고 느꼈던 것일까? 글이 사람을 움직이게 했다는 점에서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이 책은 그만큼 우리가 알면서도 모르고 있던 것들을 지체없이 건드린다. 즉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가면 속을 여과없이 묘사한다.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생각들 속에서 우리는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도 그의 단점을 역겨워기도 한다. '저 놈은 속물이야''저 놈은 지가 잘난줄 알아' 등등의 부정적인 감정들. 하지만 이런 감정을 바깥으로 털어놓는 솔직한 놈은 별로 없다. 그러지 않아야함은 길들여진 것이다. 인간이 갈등을 줄이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도덕의 힘이 크다. 서로에 대한 예의를 학교에서 배우기 때문이다.

2.
주인공 콜필드가 그렇다고 우리와 아주 다른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구별짓고 사람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누구나 하는 짓이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 -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나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킬 줄 아는 모습도 그에게 있다. 그는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더 '예의'라는 것을 알고 행할 줄 알았다. 하지만 예의와 속내와의 모순 사이에 극한의 분열을 느낀 것이다. 선생님과 상담한 후 '편지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라고 말하면서 그는 선생님의 앙상한 갈비뼈와 다리를 보기 싫어하고 잔소리에 토할 것 같음을 느낀다.

어찌보면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은 콜필드의 삶에서 좋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것만 뽑아놓은 것이다.

3.
난 글이 가지는 무서운 힘을 알지만 그것을 주체적 여과없이 받아들인 주체가 흔들리는 것도 무섭다는 것도 안다. 이 글은 힘을 가진 글이다. 주인공이 퇴학 당한 후 이틀 간의 단순한 묘사는 솔직의 욕구를 충동한다. 이는 이글의 독해를 상당히 실수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저자는 모든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감춰진 모습들만 읽어내는 것은 명백히 오류이다. 이 글이 금서가 된 이유는 납득할 만하다. 평화적 상태를 깨는 개인들의 공격적 욕구를 충동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길들여진 존재가 되는 것 또 더욱 반대이다. 길들여진 존재들은 가련하다. 자신이 왜 살아가는지 무엇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지 못하는 것이 그들이다. 그들은 그래서 사회의 욕망을 욕망한다.

내 생각엔 타자를 욕망하는 주체들이 더욱 역겹다. 스스로의 역겨움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yoyster 2004-05-07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제가 아주 공감하는 바 입니다. 사고의 깊이가 느껴지는 글이군요. 앞으로 보다 정진하시길.... ^^

replica watches 2010-03-23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