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수수께끼 - 마빈 해리스 문화 인류학 3부작
마빈 해리스 지음, 박종렬 옮김 / 한길사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문화의 수수께끼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다양한 타 문화와 그 속의 인간들의 삶의 양태는 이러한 자본주의적 삶의 양식과는 사뭇 다르다. 거리 위를 활보하는 소, 돼지 숭배와 혐오, 공격적인 남성 중심의 마초적 사회, 잉여를 태두고 주기적 전쟁을 하는 사회, 마녀 사냥 등 ‘우리의 기준’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세계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바라보는 마빈 해리스의 관점은 다분히 문화상대주의적이다. 그들이 왜 그런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내야 했는지, 그 필연적 귀결에 대해 문화 유물론적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그의 시각과 해석 방식은 우선적으로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대적 경제학자에겐 인도의 암소가 필요없이 많이 남아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은 비합리적인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적인 자본주의적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인도인들이 소에게서 착취할 모든 것을 착취한다고 비난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기업형 목축업은 인간성을 상실한지 오래다.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본 기업형 목축업의 현장은 충격적이었다. 생물은 더 이상 생물이 아닌 고깃덩이였다. 공장의 빵처럼 찍혀져 나오는 돼지와 소, 닭 등은 하나하나가 돈이었다. 그것을 더 많이 찍어낼수록 합리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 그것이 자본주의이다. 인도인들의 소 이용은 매우 효과적이다.

낭비적이라는 게 무엇인가? 미국의 자동사료할당제, 쇠고기 생산제 하에서는 소의 분뇨가 전혀 필요 없는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인도에서는 이를 거름으로 사용한다. 소의 총 에너지 효율면에서도 미국의 13%보다 높은 17%의 효율성을 나타낸다. 이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그들이 절대로 비효율적 경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 소와 소 숭배의 문화를 통해서 자신들만의 효율적 생태계 유지법을 구축했으며 인간과 자연이 결합한, 어찌보면 보다 친환경적인 생존의 방법을 만들어냈다.

합리적 이성이라는 말은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말이다. 일세대 비판이론가들이 비관적으로 말했던 이성의 도구로의 전락은 이렇게 더 ‘합리적’인 이성의 사용을 ‘비합리적’이라고 보게 만들었다. “고에너지 산업, 기업농 복합체가 항상 현재의 경제체제보다 더 ‘합리적’이고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다.'는 말은 그들의 자생적이고 자신들의 삶의 원리에 적합한 경제체제를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개발주의자들과 근대화를 외치는 사람들은 우선 이점을 인지하고 그들의 문화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지금 인도의 ‘합리주의 경제학자’들이 외치는 것은 기계의 톱니바퀴가 되자는 것이다. 친자연적이고 어떤 면에서 더 효율적인 소의 이용을 버리고 세계체제에 부합하자는 것은 인도의 파멸을 초래할 일일지도 모른다.

현재성에 대한 성찰은 우리가 현재를 살아감에 있어 중요한 일이다. 문화유물론적인 마빈 해리스의 관점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현재성, 자본주의라는 극단적인 생산 양식의 발전에 따른 우리의 삶이다. 그것은 극단으로 치우치는 만큼 변형된 형태의 모습을 취할 것이다. 인간은 자본주의적 풍요를 맞이함과 함께 자연에 대해 너무나 지배적이고 폭압적이었다. 물질적 기반에 의해 원시족들의 기이한 행동 양태가 설명가능하다는 생각이 결국 말해주는 것은 그들의 유물론적 지반은 자연과의 친화지반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합리적 메커니즘에 따르는 경제 행위의 양식을 만들었다. 그것은 보다 자연과 공존하는 것이었고 항상성의 유지를 통한, 결국엔 인간 스스로가 생존을 하는 방식인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