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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내밀었다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17
허정윤 지음, 조원희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2월
평점 :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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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희 작가의 시원시원한 그림 스타일은 나를 멍 하게 만들곤 한다. 강렬한 색채와 간결하지만 모든 메세지를 품고 있는 그 깊은 표현에 매번 감격한다.
요즘은 글그림 작가가 따로인 그림책을 보기 드물다. 각자가 표현해 낼 수 있는 글과 그림이 달라서 몇 배는 증진이 되는데 참 아쉬운 지점이다.
책은 면지부터 시작이 된다. 면지에 이거 오타 아니야? 잘못 제본된거 아니야 싶을 정도의 자그마한 점. 거기서부터 궁금증이 시작되고 독자를 집중시키게 만든다.
맨 뒷면지에는 파랑 철조망에 구멍이 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비록 이 장면은 그림책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주 자그마한 소망이 담겨져 있는 듯 하다.
파친코 라는 드라마를 먼저 보고 매료되어 책을 구매 후 읽고 있다. 파친코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일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나는 장면이 나온다. 전쟁 장면은 아니지만, 땅이 꺼지고, 건물이 무너지면서 사람들은 뛰어다니고 피하고 정신이 없다.
그 전까지 나는 티비에서 이산 가족 찾기 프로그램이 나오거나 , 실종아동을 찾는 문구를 보면, ‘왜 손을 놓치지? 꼭 잡고 다니면 되지 ..’라고 아주 단순하고 무식하게 생각했던 때가 있다. 그 드라마에서정말 리얼하게 그 순간을 그려줬는데 아주 찰나의 순간 무리지어 밀려 드는 인파 속에서 가족의 손이 놓아지기도 하고 그 속도를 못 쫓으면 영영 다른 길로 다다를 수 있음을 생생히 목격하고서야 이해가 갔다.
얼마 전 처음으로(?) 난민이 타고 온 배가 한국의 제주에 내렸을 때에야 난민이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주 먼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주제가 우리에게도 닥쳐온 것이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낯설음에 온갖 악성 루머가 퍼져 나갔고 타인에 대한 경계는 더욱더 심해졌다. 그들이 원해서 난민이 된 것도 아니고, 나라를 잃었을 뿐인데, 아니 나라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타국에서의 응대는 차디 찰 뿐이었다. 그저 우리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개 사람일 뿐이었을텐데. 사랑하는 가족과 생계를 위해, 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그렇게 생활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낯선 곳으로 밀려 밀려 왔고 그들은 더욱더 곤란하고 난처하고 당황하고 외롭고 무서울텐데, 배척 당하고 만다. 다른 인종이라는 이유로, 난민이라는 이유로, 낯선 대상이라는 이유 하나로.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조차 잊는걸까? 불러주지 않으면 잊혀지겠지? 엄마 아빠의 얼굴은 기억할까? 나의 나라를 기억할 수 있을까?
이 거대하고도 슬픈이야기를 허정윤작가와 조원희 작가가 그려냈다.
오빠가 밀었을 때 타이포그라피의 변화를 주어 그 강렬함을 더했다.
아주 긴박한 상황에 언제 어디서 어떻해 터질 지 모르는 폭탄과 전쟁의 느낌을 빨강으로 표현해 주어 같이 숨이 가빠왔다.
아주 대비되게 철조망을 열어주지 않는 씬에서는 파랑 철조망과 파랑 군인들의 얼굴이 차디찬 반대편 세상을 알려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강렬한 빨강과 시원한 파랑이. 끔찍한 빨강과 냉대함으로 표현되었다.
손을 내밀지만 잡아주지 않는다.
손을 내밀지만 모래알에서 따스함을 느껴볼 뿐이다.
모래사장안에 따사로운 햇살아래 쓰러져 있는 소녀 장면에서는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내 딸이 저랬다면? 내가 저 상황이라면?
삶의 의미를 찾아주고 싶다. 손을 잡아 주고 싶다. 안아주고 싶다. 희망을 주고 싶다.
사랑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