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옥춘당 ㅣ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옥춘당을 읽으며 여러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친할머니, 칠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친정아버지, 친정어머니. 그리고 나와 신랑. 신랑과 연애할 적에 나란히 손을 잡고 산책을 하시는 노부부를 본 적이 있다. 우리도 늙으면 저렇게 다니자 하고 약속한 장면이 지나가기도 했고. 태어난다는 것. 산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살아낸다는 것. 생을 마친다는 것. 죽는 다는 것. 삶이란 여정을 여러 각도에서 생각하게 한다. 요즘 편찮으신 분들이 주변에 갑자기 많이 생겼다. 우리에게는 모두 똑같이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만나서 ~~해야지 라는 생각. 그 시간 역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 계획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마음이 준비되면 그렇게 해야지 하지만 그 기회는 내가 계획한 시간에 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수이다. 삶을 마감한다는 것. 최근에 영화 추천 프로그램을 통해 페어웰 영화를 소개 받았다. 동양국가에서의 죽음을 대하는 자세. 죽음에 대한 인식. 하지만 이젠 우리도 죽음의 당사자에게 고하고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 신식아닐까? 비밀로 하고 쉿쉿하는 것 만이 그를 위하는 길일까? 옥춘당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이는 참으로 돈독하다. 가족을 너머 세상 둘도 없는 단짝이자 동지이자 고향을 두고 떠나온 이산가족이며 .. 그 끈끈함이 남달랐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살뜰히 챙기는 장면에서 그간 미운것만 가득하던 남편이 떠올랐다. 내가 꼴뵈기 싫은 것들만 눈에 크게 부각되어 보고 그래서 미움을 증폭시켜간건 아닐런지... 나를 챙겨주고 나를 위해주는 건 그래도 나의 신랑이구나 싶었다. (아직 이 마음은 전하지 못했다는 게 함정). 할아버지가 떠나신 이후 남겨진 할머니의 삶에서 나는 나를 보게 된다. 그리고 친정엄마를 보게 된다. 50년대생인 엄마는 강남 학군 아래 치맛바람 꽤나 심하던 곳에서 우리 우리 남매를 키워내기 시작하셨다. 아이가 전부이고. 아이의 삶이 곧 나이고, 아이의 성과물이 곧 나인 그런 엄마. 그런 엄마를 떠나 우리는 하나 둘 독립을 시작했다. 엄마는 홀로 남겨졌다. 취미도 없고, 특기도 없고, 내향적이시다. 속 얘기를 털어놓는 친구도 없으시고 짠하기 그지 없다. 아무리 책 선물을 해 드리고 1층이라도 내려가라 해도 움직이지 않으신다. 옥춘당의 할머니가 우리엄마가 될까봐 몰입이 되어 너무 힘들었다. 엄마에게도 아빠가 전부이다. 아빠가 언제 퇴근 하시나. 아빠가 술드시면 당뇨인 양반이 술을 먹어 탈이라도 날까 노심초사이시다. 결혼 43년차이신데도 한결같으시다. 그런 엄마 곁에 아빠까지 먼저 떠나신다면? (아빠는 홀로 남겨지셔도 너무 잘 살아내실 것 같아서 일단은 엄마 걱정부터) 100세시대의 내향적인 성향의 어르신들이 홀로도 재미있을 거리, 살아갈 거리가 있었음 한다. 100세까지 사는 것보다 하루를 살더라도 얼마나 의미있게 살 것인가 그것에대해 묻는 책으로 읽혀졌다. 작가님 전시회에 갔다가 발견한 사실을 살짝 풀어놀까 한다. 할머니가 홀로 요양원 벤치에 앉아계시는 장면에서 갑자기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묘미. 그러고 밤새 분석해보았다. 양갈래로 갈라지는 광선이 처음에 보이기 시작하더니 두더지 같은 게 보였고, 서커스를 하는 천막의 지붕이 보이고 그 위에 병정 같은 게 타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러고 비둘기가 보이고 초승달이 보였다. 대략 4개??? 무슨 의미 일까 궁금하지만 독자의 몫이기에 좀 더 연구해 봐야할 것 같다. 비둘기와 초승달은 어느정도 알겠는데 병정. 지붕. 두더지는 뭘까? 작가님의 모든 책의 원화를 보고 싶어지는 욕심이 난 전시회였다.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시는 작가님 넘 감사하고 감사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