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 개정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허무주의에 빠질 수 있는 조심스러운 책. 

 

얼마 전에 건대역 근처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을 들렸다.

읽을 책을 정해 놓고 가는 서점이 아니라 있는 책 중에서 읽을 책을 고르러 간 것이다.

역사, 철학과 같은 인문서적을 읽고 싶었지만, 끌리는 제목이나 내용이 없었다.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소설류의 책이었다.

당연히 신간은 없었고 시리즈물도 완결판이 아니었다.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를 읽으려 했는데 2편까지 밖에 없었다.

  시리즈물은 전편을 사야 비로소 끝까지 읽을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2권까지 읽다 3권이 나오지 않아 결국 끝까지 읽지 못하고 있다.

지금 흔해빠진 3편이지만 전편이 가물가물해 연재의 의미가 없어 더 이상 3편을 찾지 않는다.

  안전하게 공지영 작가의 소설과 몇 권의 인문서를 구입하는 것으로 재미난 쇼핑을 마쳤다.


- 간단 줄거리 -

  시대는 1990년대 초반이다.

대학시절 골수 운동권 출신이던 명우는 대학을 졸업 후

출판사의 권유로 성공한 사업가들의 자서전을 써주는 일을 하고 있다.

  공장 노동자였던 연순과 결혼하였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이혼한다. 

사무실을 겸한 오스피텔에서 혼자 살고 있다.

 

  어느 날 운동권 후배인 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7년 전 운동권 남편의 눈을 피해 명우와 함께 도망을 계획했던 여자였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있을 줄 알았던 그녀의 갑작스러운 연락과

 7년 전 그가 열렬하게 사랑했던 그때의 모습과는 딴판 되어 있는 은림에게 놀란다.

​  행복할 줄 알았던 그녀는 큰 병에 걸린 환자의 모습이었다.

같이 도망가려고 했던 여자를 다시 만나면서 그는 7년 전의 그로 돌아가게 된다.

세상은 이미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7년 전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은.... ​ 

  "가끔씩 방파제 멀리로 은빛 비늘을 무수히 반짝이며

고등어떼가 내 곁은 스쳐 지나가기도 했는데, 살아 있는 고등어떼를 본 일이 있니?"

  "아니."

  "그것은 환희의 빛깔이야. 짙은 초록의 등을 가진 은빛 물고기떼.

화살처럼 자유롭게 물속을 오가는 자유의 떼들. 초록의 등을 한 탱탱한 생명체들.

서울에 와서 나는 다시 그들을 만났지, 그들은 소금에 절여져서 시장 좌판에 얹혀져 있었어.

배가 갈라지고 오장육부가 뽑혀져 나가고."

  "........."

  "그들은 생각할 거야. 시장의 좌판에 누워서.

나는 어쩌다 푸른 바다를 떠나서 이렇게 소금에 절여져 있을까 하고.

하지만 석쇠에 구워질 때쯤 그들은 생각할지도 모르지.

는 왜 한 때 그 바닷속을, 대체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헤엄쳐 다녔을까 하고." ------------ 207p

 

​  정말 우리도 한때 고등어떼처럼 펄펄 날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때 왜 그랬을까 회한의 질문을 던지게 된다.

​세상을 호령하며 살 줄 알았던 그때,  무서울 것이 없었던 시절.

​  시간이 지나고 나니 뭐에 미쳤는지 알 수 없는 그것.

뭐가 나를 그리고 무모하게 만들었을까 놀라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내가 너무도 작았던 것을.

  그때는 그것을 몰랐다. 그리고 영원할 줄로 알았다.

그래서 그냥 도취된 상태로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정말 똘아이같았던 시간들이다.

대체 뭐 하러 그렇게 힘들게 살았는지......

  길을 가다가 쓰레기 더미에서 작은 금속 조각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리저리 긁힌 흔적이 남아있는 작은 쇳조각.

  한때는 깔끔하게 빛을 내며 어느 한자리를 차지했을 텐데 지금은 쓰레기 더미에서

처분을 기다리는 사형수의 처지가 되어 있다.

  저것이 없어도 원래의 그것은 기능에 문제가 없다.

저것은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것을 몰랐다.

그리고 버려질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 자기가 아니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순간 나와 저기 버려진 쇳조각을 동일 시 하게 된다.

대단한 줄 알았던 내가 사실은 없어도 외는 그런 존재가 아니였을까?

그것도 모르고 기고만장하며 산 것은 아닐까?


  공지영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그녀의 책이 점점 내 책장에 많아지고 있다.

이 책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이 있다.

시대 차이에서 오는 문명에 대한 것도 있지만 제일 큰 것은 그 시대의 비극일 것이다.

  사상이나 이념 또는 자기 확신에 의해 죽음까지 무릅쓸 수 있는 용기와 의리.

다른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를 버리는 그때 그 시절의 젊음을 요즘의 그들이 이해하기에는

전설 같은 얘기이다. 그래봐야 30년 전의 이야기인데.

  다는 아니겠지만 그 시절만큼 요즘은 젊음이들은 세상에 대해서 관심이 많지 않다.

그것 말고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너무 많은 탓이다.

  이 책의 내용은 좀 허무하다.

새드엔딩이 주는 암울한 느낌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독자들 그리고 작가들이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것일까?

젊었을 때 그렇게 살았는데 지금은 볼품없는 모습.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젊은 시절의 열정들.​

  이 책은 젊은 사람들이 읽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을 것이다.

반면에 나이 좀 먹은 사람들이 읽으면 나와 같은 허무주의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음에 준비가 된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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