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가 그리고 소망이가 존경하는 소망이의 고등학교 때 은사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것이다.
신영복 교수님을 알게 된 것은 교수님의 저서 '나무야 나무야'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통해서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 감옥 생활을 한 줄도 몰랐다. 충격이었다.
'나무야 나무야'를 읽고 느낀 것은 기행문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추후에 독서일기를 통해 상세하게 기술할 예정이다.)
그의 긍정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내용에 감명을 받았기에
선생님의 도서 추천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 바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여행이란 떠남과 만남의 낭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재발견이었습니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의 정직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며 우리의 아픈 상처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여행은 돌아옴(歸)입니다. 나 자신으로 돌아옴이며 타인에 대한 겸손한 이해입니다.
정직한 귀향이며 겸손한 만남입니다. ------------------------- 2권 책머리에
이 책의 글 역시 경어체이다.
우리는 경어체의 글에 익숙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반말로 '~~했다.'식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교수님의 글은 정좌를 한 선비의 자세가 느껴지는 문체이다.
문체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온몸으로 전달이 된다.
상대가 어떠한 사람이든 지위 고하,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자세를 흩트려뜨리 지 않고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문장을 읽고 단어를 읽다 보면 마침표 부위는 대충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경어체의 마무리에 자세를 바로잡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늘 반말에 익숙한 책 그리고 대화. 책 내용에서 느껴지는 깨달음 못지않게 글체에서
맞닿게 되는 깨달음도 컸다.
'나무야 나무야'라는 책이 국내를 여행하면서 적은 글이라면
이 책은 세계를 유랑하면서 느낀 것을 담아 놓았다.
자연 풍광이나 자기와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의 모습이나 품성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그 민족의, 국가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현재의 그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의 인과 관계로 지금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한 개인의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막연한 짐작이나 짜 맞추기 식의 엉성한 해석보다는 논리적 근거로 자근 자근 설명해 주고 있다.
그곳에 오래 살았던, 한국어를 사용하는 토박이 가이드를 만난 듯한 착각이다.
책 속의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 저자의 말이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고
글로 읽는 여행이 보물 지도를 들고 유적지를, 그 곳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미리 읽고 그곳에 간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화보로 꽉 채워진 화려한 가이드북과 차원이 다른 안내서이다.
유적지를 돌아보고 기념 촬영하며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한 목적의 책은 아니다.
글로 보는 여행 가이드북인 것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여건이 된다면 글 속의 흔적을 찾아 나서고 싶어진다.
어떤 글을 보느냐에 따라 사람의 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글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품격이 느껴진다.
신영복 교수님이 얼마 전에 영면하셨다.
교수님의 저서 '강의'를 읽는 중이라 느낌이 또 달랐다.
교수님께 수업을 듣다가 소식을 들은 것처럼 멍한 느낌이었다.
교수님의 사상이 이념이 어떠한지 모른다. 다만 그의 글을 통해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은 따로 따로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하나라는 것을....
세계 여행을 떠나기 전 읽게 된다면 깊이 다른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니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쇼파에 앉아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도
재미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신영복이 어떤 사람인지 그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