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숲 - 신영복의 세계기행, 개정판
신영복 글.그림 / 돌베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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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각각의 것이 아니라 더불어 같이 사는 하나의 숲으로 보는 넓은 마음. 세계 유랑의 기행문

 

이 책은 내가 그리고 소망이가 존경하는 소망이의 고등학교 때 은사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것이다.

신영복 교수님을 알게 된 것은 교수님의 저서 '나무야 나무야'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통해서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 감옥 생활을 한 줄도 몰랐다. 충격이었다.

'나무야 나무야'를 읽고 느낀 것은 기행문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추후에 독서일기를 통해 상세하게 기술할 예정이다.) ​

그의 긍정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내용에 감명을 받았기에

선생님의 도서 추천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 바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여행이란 떠남과 만남의 낭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재발견이었습니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의 정직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며 우리의 아픈 상처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여행은 돌아옴(歸)입니다. 나 자신으로 돌아옴이며 타인에 대한 겸손한 이해입니다.

정직한 귀향이며 겸손한 만남입니다. ------------------------- 2권 책머리에

 이 책의 글 역시 경어체이다.

우리는 경어체의 글에 익숙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반말로 '~~했다.'식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교수님의 글은 정좌를 한 선비의 자세가 느껴지는 문체이다.

 문체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온몸으로 전달이 된다.

상대가 어떠한 사람이든 지위 고하,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자세를 흩트려뜨리 지 않고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문장을 읽고 단어를 읽다 보면 마침표 부위는 대충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경어체의 마무리에 자세를 바로잡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늘 반말에 익숙한 책 그리고 대화. 책 내용에서 느껴지는 깨달음 못지않게 글체에서

맞닿게 되는 깨달음도 컸다.

 '나무야 나무야'라는 책이 국내를 여행하면서 적은 글이라면

이 책은 세계를 유랑하면서 느낀 것을 담아 놓았다.

자연 풍광이나 자기와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의 모습이나 품성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그 민족의, 국가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현재의 그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의 인과 관계로 지금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한 개인의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막연한 짐작이나 짜 맞추기 식의 엉성한 해석보다는 논리적 근거로 자근 자근 설명해 주고 있다.

그곳에 오래 살았던, 한국어를 사용하는 토박이 가이드를 만난 듯한 착각이다.

책 속의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 저자의 말이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고

글로 읽는 여행이 보물 지도를 들고 유적지를, 그 곳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미리 읽고 그곳에 간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화보로 꽉 채워진 화려한 가이드북과 차원이 다른 안내서이다.

유적지를 돌아보고 기념 촬영하며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한 목적의 책은 아니다.

글로 보는 여행 가이드북인 것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여건이 된다면 글 속의 흔적을 찾아 나서고 싶어진다.

 어떤 글을 보느냐에 따라 사람의 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글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품격이 느껴진다.

 신영복 교수님이 얼마 전에 영면하셨다.

교수님의 저서 '강의'를 읽는 중이라 느낌이 또 달랐다.

교수님께 수업을 듣다가 소식을 들은 것처럼 멍한 느낌이었다.

 교수님의 사상이 이념이 어떠한지 모른다. 다만 그의 글을 통해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은 따로 따로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하나라는 것을....

 세계 여행을 떠나기 전 읽게 된다면 깊이 다른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니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쇼파에 앉아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도

재미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신영복이 어떤 사람인지 그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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